이후 ‘박수건달’ ‘577 프로젝트’ ‘이웃사람’ ‘남쪽으로 튀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용의자’ ‘은밀하게 위대하게’ ‘군도: 민란의 시대’를 통해 필모그래피를 채운 김성균은 지난 23일 개봉한 ‘우리는 형제입니다’(감독 장진)에서 조진웅과 함께 첫 투톱 주연을 맡았다.
김성균을 지난 27일 서울 신문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성균이 어떻게 배우가 됐는지, 첫 스크린 데뷔작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교회에 성극단이 있었어요. 그 때 집사님이 연기에 재능이 보인다면서 기성극단을 제안하셨죠. 그렇게 대구 이송희레파토리에 들어갔죠. 처음에는 청소부터 시작했고요. 모 대학 연영과에 들어갔지만 1년 반만에 자퇴했어요. 그 사이에 군대도 다녀왔고요. 자퇴 이후 마산에 있는 극단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경남에는 마산, 창원, 김해, 통영, 김제 등 소재의 극단이 임시로 모여 활동하는 예술단이 있었다. 연합으로 큰 무대를 만드는 것인데 김성균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티볼트 역을 맡기도 했다.
그렇게 마산에서 활동하던 김성균은 진주 사천, 삼천포에 있는 극단 ‘장자번덕’에서 상주단원으로 숙소생활도 했다. 산에서 연기 훈련도 받으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지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정이었다고. 김성균은 삼천포에서 연극 ‘오구’를 끝으로 서울 대학로로 상경했다.
그러나 김성균이 바로 연극 무대에 설 수는 없었다. 무작정 상경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했다. 바로 무대 세트 만들기. 조명을 설치하면서 이리저리 알바도 했다. 일명 ‘세트맨’인데, 이 역시 일을 잘해 “그냥 못 주머니 차라. 너는 세트맨이 딱이야”라는 평가도 받았다. 각종 추가근무로 돈도 모이자 잠시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삼천포 극단 선생님 덕분에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삼천포 극단 형님이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연습을 시키다 욕을 하면서 나가셨는데 저를 보러 가신 것 같다는 얘기였어요. 잠시 후 선생님께 전화가 왔죠. 일하다말고 얼굴에 페인트를 묻힌 채 선생님을 뵀죠. 그냥 잘 사나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저를 데리러 오셨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얼굴에 묻은 페인트를 보고 그냥 내려가신 것 같았어요. 그러다 마산 출신 연출가를 소개받아 오디션을 봤고, 극단활동을 다시 시작했죠. 강풀의 ‘순정만화’가 대학로 첫 작품이에요. 나름 공연이 성공해 계속 연극배우로 활동했어요. 그래도 저는 항상 저의 소속은 삼천포 장자번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연찮게 ‘범죄와의 전쟁’ 캐스팅 디렉터에게 김성균의 프로필이 들어갔고 오디션에 합격하며 하정우, 최민식, 조진웅 등과 호흡을 맞췄다. 그 때 첫 아들 도경이를 낳았다. ‘범죄와의 전쟁’ 마지막에 등장하는 최민식의 손자가 바로 김성균의 아들.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영화배우로 도약하게 된 김성균은 이후 여러 작품에 캐스팅됐고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의미있는 주연을 맡았다.
첫 주연이지만 김성균은 흥분하지 않았다. “의미를 둔다기 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캐스팅이 됐고 연기에 매진했다”는 그는 “지금에야 주연이라는 느낌이 온다”면서 “개봉하고 무대인사를 다니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실감이 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진웅과는 워낙 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패밀리 느낌이 강하다. “항상 끈끈한게 있다. 늘 같이 하고 싶은 학창시절 동네 형 같은 느낌”이라며 “‘범죄와의 전쟁’ 팀들은 항상 같이 움직이는 의리가 있다. ‘군도’ 때도 호흡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10년 뒤에는 이런 생활이 조금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해요. 배우로서의 활동이 일상이 돼야 하는데 아직은 버겁더라고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일을 하다 휴식을 하고 충전하면서 다시 일을 하는, 연기가 자연스러운 생활 패턴이 돼야 하는데 저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주연 욕심보다는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성균에게 배우란 직업은 천직이라고 생각됐다. 아들 둘이 연기를 하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하고 싶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면서도 “유별나게 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의지가 없으면 힘든 직업이 배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의지를 존중하겠지만 제가 먼저 나서서 하라고는 하지 않으려고요.”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김성균. 대기만성형인 김성균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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