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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왼쪽부터), 김종준 하나은행장, 박진회 신임 씨티은행장, 임용택 신임 전북은행장
은행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내부적으로 갈등이 일기도 했지만, 새로 취임하는 행장들이 직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조직을 정상궤도에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깜짝 사퇴'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국민은행, 씨티은행, 전북은행 등이 새 행장을 이미 맞이했거나 당분간 대행체제로 운영하며 새로운 얼굴을 물색 중이다. 특히 하나은행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행장이 예상보다 빨리 행장직을 내려놓은 이유는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고, 노사 간 소통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양행의 통합 이사회 개최 시점에 맞춰 조직의 발전과 성공적이고 원활한 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며 "앞으로 양행 임직원이 힘을 합쳐 통합은행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최고은행,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시켜주기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분간 하나은행은 김병호 부행장이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아 운영된다. 김 행장의 퇴임식은 3일 열린다.
◆국민·씨티·전북은행도 '새 출발'
주 전산기 교체 문제 등으로 한동안 큰 혼란을 겪었던 국민은행의 경우 당분간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행장을 겸임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지난달 제6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및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윤 내정자를 회장 후보로 추천 결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내정자는 사외이사들과 국민은행장 겸임에 대해 논의했으며, 조직을 최대한 빨리 안정시키고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선 행장직을 겸임하는 게 좋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겸임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윤 내정자는 당분간 국민은행장으로서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씨티은행은 박진회 신임 행장을 새로 맞이했다. KB금융 회장 후보에 오른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은 본격적으로 KB금융 회장에 도전하기 위해 행장직을 사퇴했었다. 씨티은행 임직원들 입장에선 십수년간 은행을 이끌었던 하 행장의 이같은 행보에 허탈해 하거나, 심지어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신임 행장이 조직을 새롭게 이끌어 나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비록 노동조합이 박 행장 선임에 대해 반발했었지만, 박 행장이 노조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노사 갈등도 조기에 수습될 전망이다.
전북은행 역시 지난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은행장에 임용택 JB우리캐피탈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임 신임 행장의 취임식은 3일 개최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 국민은행, 씨티은행 등이 새 행장을 맞이하면서 적어도 혼란을 추스리고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권 인사태풍은 아직 진행형
그러나 은행권 인사태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관심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쏠리고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취임 당시 우리금융 민영화 달성을 목표로 3년인 임기를 절반으로 줄였다.
임기 만료가 오는 12월이므로, 곧 이 행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재신임 여부에 거취가 달렸다.
또 은행장이 바뀐 곳은 임원진 교체도 예상된다. KB금융의 경우 계열사 CEO도 대거 물갈이될 전망이다. 'KB금융 사태'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선 국민은행 외에 다른 10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들도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윤종규 회장 내정자가 행장직을 겸임하게 될 국민은행의 임원진도 상당 부분 교체될 전망이다. 아울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된다면 통합 은행장을 선임하는 일도 중요하다. 통합 은행장 선임과 함께 임원진 개편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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