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의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지정 해제된 지 3개월째다. 각기 다른 개발방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 단체장 간 비난전에 이어 소송전으로 번진 양상이지만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2일 서울시와 강남구에 따르면, 강남지역 마지막 남은 노른자땅으로 불리는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은 지정 뒤 2년이 흐르도록 개발계획을 수립하지 못해 지난 8월 4일 공식 해제됐다.
구룡마을은 2011년 서울시가 수용·사용방식 방침을 알리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1년6개월 뒤 환지방식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등 시행방식 변경으로 강남구와 마찰이 빚어졌다.
토지를 보상하는 환지방식은 특정 대토지주에게 특혜가 돌아갈 수 있어 '100% 사용·수용방식(현금보상)'이 해법이라는 게 강남구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사업비 부담을 들어 환지방식이 요구되고, 특혜 의혹은 '1가구, 1필지' 기준안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두 지자체에서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불신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개발사업은 지정 해제란 결론을 불러왔다.
최근 구룡마을 토지주 119명이 나서 민영개발 추진을 골자로 한 지정제안서를 강남구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반려됐다. 전적으로 민간에 맡겼을 경우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서울시와 강남구가 공영개발에 공감대를 형성, 잠시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듯 싶었지만 단지 그것으로 끝이었다.
두 기관에 관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가 1년 넘도록 한 차례도 열리지도 않아 '식물협의체'로 전락했다. 실무자들의 공식적 대화 창구도 아예 폐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당장 추운 겨울이 예고되는 구룡마을 거주민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 외형적으로 문제 해결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전혀 이견은 줄어들지 않아 도시개발구역 재지정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서울시측은 "환지방식을 적용하면 임대주택이 도시개발 일환으로 들어서 임대료와 보증금은 대폭 낮아질 수 있다"면서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현 거주민의 재정착을 이루려면 사실상 강남구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의 방침은 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에게 개발이익을 독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환지방식을 직권 취소해 자연재해에 취약한 구룡마을이 하루빨리 공영개발로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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