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일본은행이 31일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양적완화에 이날 닛케이지수는 755.56포인트(4.83%) 급등한 1만6413.76엔으로 마감했고, 달러당 엔화가치는 111.12엔까지 떨어졌다. 6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도 전일보다 13원 하락한 1068.5원을 기록해 엔화가치 하락 폭은 큰 데 반해 원화가치 하락 폭은 크지 않아 향후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연간 본원통화 공급량을 현재보다 10조~20조 엔(191조5300억원) 늘린 연간 80조 엔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연간 60조~70조 엔을 공급하겠다는 1차 양적완화에 이은 2차 양적완화조치로 일본은행은 또 연간 국채 매입액도 기존의 5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30조 엔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행이 전격적인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 것은 최근 일본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5%→8%) 이후 일본 내 소비 심리가 위축돼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더딘 데다 4~6월 경제 성장률(-7.1%, 연율 환산)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지는 등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번 일본발 양적완화는 해외 금융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파급했다. 유럽과 아시아 주가가 동반 상승한데 이어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상치 못했던 일본의 양적완화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결정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통화정책 주도의 금융시장에 다시 한 번 힘을 불어내는 ‘기대감’을 자극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의 양적완화 발표 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최근 10일 동안 1000달러 이상 상승했으나 31일(현지시간)에는 200달러 가까이 다시 상승했다.
10월 중반에는 미국연방준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종료가 임박하면서 세계 경제의 둔화가 예상돼 주가가 급락하는 시기도 있었으나, 미국 경기와 기업실적의 호조가 이어지면서 불안 심리는 사그라졌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사그라져가던 그 타이밍에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게 됐다고 S&P는 평가했으며 유럽중안은행(ECB)도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됐다.
유로존은 물가하락 전망이 계속 제기되고 있었으며,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발표하게 되면서 다가올 6일 개최될 예정인 ECB 이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위축됐던 투자심리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가하락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미국 공포지수’도 한 달 만에 떨어졌으며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투자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은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면서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조장하는 추가 완화정책은 엔화에 대한 신용도를 하락 시키는 리스크도 동반하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느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정책에 대해 “금융완화정책 자체로는 악화된 재정을 일으켜 세우거나 규제완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또 BNP파리바증권은 “세계시장은 완화조치로 인한 구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잠재 성장률이 회복되지 않은 채로 중앙은행의 자산과 정부채무가 늘어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주가 상승은 언젠가는 조정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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