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거대 시장을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이 시작부터 미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10~11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본격화할 예정이었던 FTAAP 설립 논의 계획이 미국 측의 압력으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WSJ은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베이징 APEC 정상회의 종료 후 발표되는 코뮈니케(공동선언문)의 초안에서 FTAAP의 타당성(예비) 조사를 촉구하는 항목과 FTAAP 타결 목표 시한이 빠졌다고 전했다.
또 중국이 앞서 TPP가 2025년까지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번 초안에서는 TPP 협상 종결 날짜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선언문 작성 협의를 하던 지난 8월 미국 측 대표가 '미국은 FTAAP 협상을 시작하자는 신호가 선언문에 들어가는 것에 절대로 합의할 수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FTAAP 협상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거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됐다.
2000년대 중반 APEC 내에서 시작된 FTAAP 논의는 현재 올해 의장국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을 뺀 나머지 아·태 국가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주력 중이다.
중국 주도의 FTAAP는 미국 주도의 TPP에 비해서는 다소 미흡한 수준이지만, 중국은 TPP에서 소외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FTAAP의 틀 안에 묶어두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을 미국이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었다.
특히 TPP가 출범하면 중국은 역내 무역에서 소외되며 연 1000억 달러(107조5000억원) 규모의 수출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FTAAP 설립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아태 지역 영향력과 수십억 달러의 무역을 두고 몸싸움 벌이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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