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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한·중·일의 '농악·앙가·덴가쿠'는 민속예술이자 축제성 전통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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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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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희〈한국문화재재단 국제교류팀장, 문학박사〉

 

[김광희〈한국문화재재단 국제교류팀장, 문학박사]

'화동(花童)! “예!” “아! 예부터 이르기를 바깥차지는 대주(大主)차지요, 조왕(竈王)차지는 가모(家母)차진데 말이야, 이 집 대주님 가모님 식솔들 일 년 열두 달 삼백육십오일, 물 묻은 바가지에 깨 달라붙듯이 복이 다갈다갈 붙으시라고, 굿을 한번 쳐보는디! 어떻게 해야만 복을 많이 받는고 허니, 오방신장(五方神將)에 합다리굿 잡귀잡신을 몰아내고 명(命)과복(福)과로 굿을 치세.” “그러세” 임실필봉농악의 덕담이다.

 '농악(農樂, Nongak, Community Band Music, Dance, and Rituals in the Republic of Korea)'은 한국의 흥과 정서를 담은 종합예술로 민족성과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판단되어,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한국 농악은 중국과 일본의 비슷한 문화유산과 비교했을 때 어떤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을까?

한·중·일의 농악·앙가·덴가쿠는 공동체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연행되었던 민속예술임과 동시에, 봄에는 풍농을 기원하고, 가을에는 풍농을 축하하며, 신에게는 감사를 드리는 등의 다양한 목적을 가지는 보편적인 축제성 전통예술이다. 반면 각국의 고유한 예술적 양식과 문화의 표현형식이 존재하여, 민족과 국가에 따라 독특한 창조력을 체현하거나 물질적 성과와 구체적인 행위방식, 예의, 습속 등을 특수하게 표현하고 있다.

중국의 앙가(秧歌)는 농촌지방의 모내기를 지칭하는 말로 춤을 추며 노래하는 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각 지방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그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앙가는 중국을 대표하는 민간예술의 하나로 독특한 형태의 집단 가무예술이다. 동작이 풍부하고 다채로우며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를 북돋을 수 있어서 농민들에게 환영받았다. 앙가춤의 특징은 보통 10명에서 100명 정도까지 구성되며 과거 이야기나 전설 속의 인물분장과 현실 생활 속 인물분장이 공존한다. 북소리의 리듬에 맞추어 대형을 여러 형태로 변형하며 춤사위도 다양하게 더해져 있다.

일본의 덴가쿠(田楽)는 민간 예능 곧 무악(舞楽)의 하나로, 고대부터 모내기 때 신전 앞에서 오곡 풍요를 기원하며 추었던 의식 무용에서 유래한다. 농사짓는 과정의 소박한 행위를 흉내 내 무용화한 것이 점차 일정한 형식으로 정비되었다. 덴가쿠(田楽)는 토지의 신을 향한 기도 예능에서 시작되었다. 헤이안시대[平安時代(평안시대)] 말기에 덴가쿠는 극단을 만들어 정착하고, 중세시대(中世時代)에 걸쳐 사원에 얽힌 전설이나 설화 등을 채용하여 극적 내용을 띠기 시작하면서 덴가쿠노(能)라고 불렸다. 대화와 줄거리를 가진 희곡이 성립되어 연극으로서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한국의 농악은 풍물굿, 풍장, 매구, 걸궁, 걸립, 두레굿, 지신밟기, 마당밟이, 판굿, 군고, 취군으로도 불린다. 농악은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 등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행진하거나 춤과 기예를 펼치며 놀이판을 벌이는 종합 예술이다. 경사스러운 일에는 늘 농악과 덩실거리는 춤이 함께 했으므로, 한국인에게 농악은 즐거움과 신명의 상징이 된 것이다. 꽹과리와 장구가 각각 쇠와 가죽의 음색으로 주요 리듬을 연주하면, 징과 북은 리듬으로 음악의 강세를 만들어준다. 또한, 소고는 연주보다는 상모돌리기와 소고춤에 더 치중한다. 농악의 춤은 리듬과 잘 어우러지는 형태로 개인의 춤과 단체가 만드는 진짜기, 상모를 이용한 춤과 개별 악기춤이 있다. 연극은 탈을 쓰거나 특별한 옷차림을 한 잡색들에 의해 진행되고, 무동놀이나 버나돌리기와 같은 기예도 함께 연행된다. 농악은 기층민들에 의해 향유되지만 전문연희패의 공연 종목으로도 연행된다. 그리고 무대공연을 하게 되면서 사물놀이와 난타의 문화원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한·중·일의 농악·앙가·덴가쿠는 기원과 발생의 목적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여 보편적인 특성이 있지만, 민족이나 국가의 특수성에 따라 유일성 내지 재생불능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들이 간접적으로 체현하고 있는 사상이나 정감, 의식과 가치관 역시 독특한 특성이 있어서 타민족이나 국가는 이를 재생·모방하기 어렵다. 어떤 민족의 문화나 문명에도 특유의 전통적 요소와 어떤 문화적 기인(基因)과 민족적 기억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민족이 존재하거나 발전하는데 의지하는 하나의 뿌리(根)가 된다. 만약 이러한 뿌리를 상실해버리면 자신의 특성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동력 역시 상실되고 만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는 무형유산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잘 보전하고 표현할 수 있는 무형유산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하고 있다.

일본의 덴가쿠 중 하나인 ‘나치 노 덴가쿠’,(那智の田楽: 那智の火祭りで演じられる神事芸能, Nachi no Dengaku)는 2012년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었고, 중국 앙가의 하나인 산동앙가 역시 중국 비물질문화유산(非物质文化遗产)으로 등록되어 이후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추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중국에서는 조선족의 농악무(农乐舞,Farmer’s dance of China’s Korean ethnic group)를 2009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시켜 한국의 격분을 산 일이 있었다. 한반도에서 19세기에 전해진 농악무가 중국의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됨에 따라 그 근원과 정체성에서 많은 이견이 있었다. 농악무는 한반도에서 전해졌지만, 상모의 형태, 악기의 구성 등이 중국화 되면서 나름의 특수성을 보유하게 되어 한국의 농악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2014년, 한국이 농악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 추진할 때에, 인류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과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족화파절’(彝族火把节, Torch festival of the Yi people, 중국 이족의 횃불축제)을 대표목록으로 추진 중이며, 일본은 ‘와시’(和紙:日本の手漉和紙技術, Washi, craftsmanship of traditional Japanese hand-made paper, 일본 전통 수제 종이 제작 방식)를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류무형유산은 대표목록 등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국은 등재 후에도 사후 관리와 다각적인 전승활성화 정책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물 묻은 바가지에 깨 달라붙듯이 복이 다갈다갈 붙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한국문화재재단. 201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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