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 때 정국을 뒤흔들었던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연말정국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어린이집 보육료인 이른바 누리과정 예산 지원 불가 선언 이후 ‘복지 프레임’이 정국의 블랙홀로 급부상해서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지율 고착화에 빠진 점을 감안하면, 먹고사는 문제에 민감한 수도권·40대·화이트칼라 등 ‘스윙보터(Swing voter-정당이 아닌 이슈에 따른 움직이는 계층)’ 이동이 연말정국 주도권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與 갈등 프레임 VS 野 복지후퇴 프레임
6일 여야는 일제히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를 놓고 대충돌했다. 새누리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내세워 예산 재조정의 당위성을 주장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후퇴를 정조준하며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교육청의 갈등으로 학생들의 교육을 망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갈등 프레임을 내세운 뒤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이 정책 우선순위의 재조정을 위해 타협과 대화의 지혜를 발휘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데 대한 몽니냐”라고 힐난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지난 대선 때 생색을 내다가 이제 와서 열악한 지방에 부담을 떠미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눈여겨볼 대목은 복지 프레임이 정국을 강타했던 MB정부 당시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정치권의 이슈는 미네르바 사건으로 대표되는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후퇴’ 논란이었다. 범야권 일각에선 MB를 극우주의자인 히틀러에 비유하며 퇴행적 민주주의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정치 이슈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 친환경무상급식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정책의 정치 이슈화에 성공한 범야권은 인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견고하게 보였던 중도층을 흔들면서 당시 한나라당을 침몰시켰다.
◆MB·朴정부, ‘민주주의→복지’ 이슈로 확장…與野 유·불리는
1년여 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승부수로 띄웠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오 시장이 중도실용을 내건 친이(친이명박)계와의 차별화, 즉 보수진영의 차세대로 등극하기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집권 초기부터 ‘불통 리더십’과 ‘인의 장막’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은 이후 범야권의 대여공세 수단으로 사용한 ‘유신 프레임’과 맞닥뜨렸다.
지난해 7월 새정치연합 홍익표 의원은 박 대통령을 향해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라고 했고,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한 지난 8월 25일 제1야당 의원총회에선 “히틀러의 나치즘에 저항하듯 (국민이) 박 대통령에게 저항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이슈 피로감으로 안전 프레임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때쯤 무상급식 등 복지 논쟁이 정국을 강타한 셈이다.
‘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에 국한된 MB정부 당시 보다 공무원연금·초이노믹스 등 화약고가 즐비한 박근혜 정부에서 복지 프레임의 판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복지 논쟁과 관련해 “무상보육 등을 약속한 박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선 초이노믹스와 증세 논쟁으로 불똥이 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 본부장은 “복지 중단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더라도 이탈된 지지층이 새정치연합 등 야권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여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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