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 “담뱃값, 서민 부담 고려해 인상폭 결정해야”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 명목으로 내년 1월부터 담배가격을 대폭 올리기로 했지만 금연효과는 보지 못하고 서민의 경제적 부담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서 담배에 대한 가격정책의 효과와 저소득층 흡연자의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건강증진부담금(담배부담금)을 적정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담뱃세와 담배부담금을 올리는 가격정책은 국내와 해외 연구에서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흡연 경고그림 부착, 금연구역 확대 등 비(非)가격정책과 함께 추진해야 가격정책이 제대로 금연효과를 보였다.

또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여론 설득과정이 필수적이다.

예정처는 정부가 담배부담금 인상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겨우 4일간 입법예고 하고 국회에 제출하는 등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담배의 강력한 중독성을 고려할 때 담뱃값이 올랐는데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담배가격 인상은 큰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담배 및 주류의 가격정책 효과’ 보고서를 보면 저소득층은 담배가격이 한 갑당 8497원은 돼야 담배를 끊을 뜻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보다 2000원 오른 평균 4500원 수준으로 담뱃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정처는 정부가 추진하는 인상 폭이 저소득층이 금연의사를 보인 담배가격보다 훨씬 낮은 상황에서 금연정책의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자칫 저소득층의 부담만 더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매출이 줄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잎담배 생산농가나 담배판매인에 대한 보호 대책도 제시되지 않아 농촌과 소상공인 경제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담배부담금 인상 폭을 적정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예정처는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