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대한민국] 각종 사건과 관치로 얼룩진 금융권…환골탈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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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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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금융권에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관치금융의 병폐가 심각해지자 금융권에 "정작 금융은 없고 정치만 남았다"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올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 및 시민단체들은 '진짜 금융'을 만들기 위해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떠나 개개인이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사건·사고로 얼룩진 금융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개인정보 유출, KT ENS 협력업체 등의 사기대출, KB금융그룹 사태, 모뉴엘 사태 등 굵직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연초부터 대형 사고가 터졌다. 3개 카드사에서 1억여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면서 카드업계는 물론이고 금융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새해가 밝으면서 금융당국을 비롯해 모든 금융사들이 신뢰를 다짐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고 말았다.

2월에는 KT ENS 협력업체 등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으로부터 사기대출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일부 국내은행의 일본 지점에서 부당·불법 대출 혐의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지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무엇보다 금융권을 들썩이게 했던 사건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여부를 둘러싸고 불거진 KB금융 사태다. 이 사태로 결국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에는 촉망받던 중소기업 모뉴엘의 부도로 은행권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이번 일로 은행의 부실대출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은 없고 정치만 남았나

금융보안 문제, 부실 및 불법 대출 등으로 금융권의 부실한 내부통제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KB금융 사태로 내부통제 문제 뿐 아니라 금융지주사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다시 부각됐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KB금융사태는 근본적으로 주인 없는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지주사 회장과 행장을 선임함에 있어 책임 있는 지배구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며 "주주의 권리가 이사회를 통해 구현돼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 구성은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통제하는 채널을 갖고 있지 않는 등 지배구조상 근본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졌다. KB금융 사태는 근본적으로 이른바 '모피아' 낙하산 인사로 촉발됐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는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젠 모피아가 아닌 '정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의 감사로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선임되면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의 환골탈태 '절실'

금융권의 환골탈태가 절실한 시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권이 말로만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외칠 게 아니라 우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금융당국 역시 사후약방문 식의 관리·감독을 해선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 금융소비자가 주인이라는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경영을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치금융을 뿌리 뽑아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관치 중심의 금융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관치에 길들여진 시장 환경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급하게 해결방안을 마련하지만 사건·사고들은 꾸준히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무엇보다 개개인이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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