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일화불시춘, 고안난성행(一花不是春,孤雁難成行. 한송이 꽃이 피었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이 아니며, 기러기 한 마리로는 무리를 이루기 어렵다)' '풍번백랑화천편 안점청천자일행(風飜白浪花千片,雁點靑天字一行. 바람이 하얀 물결에 천송이 꽃을 만들어내고, 기러기떼가 푸른하늘에 한일자(一)를 그려넣었네, 백거이의 싯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개최된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축사에서 인용한 한시 구절이다. 기러기를 소재로 협력과 단결을 촉구하는 뜻을 지니고 있는 두 개의 구절은 정상회의가 개최된 장소인 옌치후(雁栖湖) 국제회의센터에서 착안됐다. 옌치후라는 명칭은 매년 봄과 가을에 기러기떼가 날아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APEC 21개 회원국은 21마리의 기러기와 같다"며 "우리가 오늘 옌치후에 모인 것은 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날개를 펴고, 함께 발전하면서 아태지역 발전을 위한 새 비전을 쓰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상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아태 지역의 주요국 정상이 모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로 ▲발전 희망에 대한 공동 계획 ▲글로벌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 ▲협력플랫폼 공동 구성 ▲(국가간) 연계 발전 추구 등을 제시했다. APEC 메커니즘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이 1000만 달러를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역경제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국이 주도하는 FTAAP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FTAAP 급진전'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정상회의에서 합의될 최종 로드맵은 중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국경을 초월해 반부패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반(反)부패 선언'도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정상회의가 완료된 뒤 내외신 기자회견을 주재하고 정상회의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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