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참존은 1990년대 중반 '청개구리 화장품'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원브랜드숍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을 잃었다.
'샘플만 써 봐도 안다'는 품질경영으로 한때 업계 2위에 오를 정도로 성장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 미샤, 더페이스샵 등에 밀려 결국 2010년에는 적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이런 참존이 지난해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다 죽어가던 참존을 살린 힘은 바로 '요우커'였다.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참존의 '참인셀' 라인이 한국 내 득템(아이템을 획득한다는 뜻) 1순위로 꼽히면서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 코리아나가 운영하는 세니떼 명동점 고객의 80% 이상은 중국인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골든셀 라인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얼굴에 금을 바르는 느낌이 난다'는 입소문을 타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했던 코리아나는 최근 요우커를 등에 업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요우커(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가 국내 패션·뷰티를 움직이는 '큰 손'으로 등장하면서 '뒷방 늙은이'로 전락했던 토종 브랜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한국 내 유명 브랜드를 선호했던 중국인들이 온라인·SNS 등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춤 제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에서는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자에게는 '대박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재기의 발판은 마련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참존, 코리아나, 동인비 등 화장품 기업들은 명동, 이대 등 중국인 관광 밀집지역과 면세점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고객 가운데 많게는 80~90%가 중국 소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참존은 중국인 소비자 덕에 매출 성장에 탄력을 받았다.
주요상품인 '참인셀'라인과 '징코내추얼'라인이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쇼핑 품목으로 자리잡으면서 90년대 명성을 되찾았다.
침인셀 라인은 안티에이징 기능이 특화된 프리미엄 제품으로 제품 가격이 40만원대에 육박하지만 현지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징코라인 역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은행잎 성분을 담아 미세먼지로 고민이 많은 중국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참존은 지난해부터 중국 주요 4대 항공사에 국내 브랜드로는 최다인 8개 품목을 면세품으로 입점시켰다. 최근에는 롯데면세점과 해외 판로확대 및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4%, 2011년 19%, 2012년 21%, 2013년 32%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 가운데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은 200억원으로 전년대비 42.8% 성장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코리아나도 요우커들의 힘을 바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도모하고 있다. 이 회사의 멀티브랜드숍 '세니떼' 명동·이대 매장은 고객의 80%가 중국인이다.
회사 측은 2004년부터 중국 천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주요 백화점과 전문점 200여곳에 '라비다'와 '자인'등의 브랜드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상해 코리아나 화장품 쇼룸과 자인 뷰티센터에 운영하는 에스테틱 서비스는 중국 상류층에게 입소문을 타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코리아나 관계자는 "중국에서 구축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한국 매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 5월 출시된 골드 색상 리프팅 크림도 중국인들이 싹쓸이 해가면서 초도 물량 4000개가 조기 완판됐다"고 설명했다.
KT&G의 자회사 KGC라이프앤진이 지난 2011년 론칭한 홍삼화장품 브랜드 동인비는 그동안 화장품 시장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중국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홍삼 사랑 덕분에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특히 최근 국경절 기간에만 면세점 매출이 전년대비 100%이상 성장했다. 동인비에 따르면 중국 및 홍콩 등 중화권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지난 2012년 107%, 2013년 108% 등 최근 3년간 급성장했다.
동인비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홍삼 고농축 캡슐과 사포닌이 풍부한 동인비진 크림, 홍삼 비비쿠션 등을 선호한다"며 "현재 동인비 매출의 60% 이상이 중국인 소비자이며, 중국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히는 홍삼 덕분에 귀국용 선물 수요가 특히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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