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거대 내수시장인 13억의 빗장을 풀었다는 평가를 받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지만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될 때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 정국의 새로운 화약고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중 FTA 타결 이후 절차마다 여야의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한 데다 농·축산업 종사자들의 극심한 반발은 물론 법률 개정 작업 등의 난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11일 여야는 한중 FTA 타결을 둘러싸고 다른 시각을 드러내면서 갈등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FTA는 오래전부터 여러 번에 걸쳐 타결해왔기 때문에 갈수록 노하우가 생겨 그 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조속한 비준 의지를 드러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정부가 국회 보고 전에 성급하고 일방적으로 타결을 발표했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거론했다.
앞서 한·미 FTA 과정에서 불거진 협정문 번역 오류, 한·호주 FTA 타결 이후 공개된 독소조항 논란 등이 한·중 FTA에서도 재연될 경우 만만치 않은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與, 한·호주-한·캐나다 FTA 속도전…왜?
한·중 FTA 타결 이후 절차는 ‘가서명→정식 서명→국회 비준(재적의원 과반 출석·출석의원 과반 찬성)’ 등이다. 현행 헌법(제73조)상 조약의 체결·비준권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권한이지만, FTA 등 주요 조약은 대통령 비준·체결 전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가서명 직전 양국은 영문 협정문을 작성해 법률적 검토에 돌입한 뒤 자국 언어로 번역, 2차 검증에 돌입한다. 통상적으로 이 과정만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한·중 양국이 협정문 가서명을 마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서명 영문본·국문본을 공개한 뒤 국민 의견을 듣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양국은 영문본 협정문과 자국 언어로 된 협정문에 정식 서명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타결 후 발효까지 5년이 걸린 한·미 FTA의 경우 협정문 공개 과정에서 번역 오류가 발견되면서 여야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한·미 FTA를 둘러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았던 2011년 12월 법원은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외교부는 같은 해 6월 한·미 FTA 한글본 재검독을 한 결과 번역오류 166건, 맞춤법 오기 9건, 번역 누락 65건, 고유명사 표기 오류 13건 등 총 296건의 오류를 찾아내 정정한 뒤 수정 협정문을 공개한 바 있다.
◆野, 한중 FTA 정치 쟁점화…끌고 갈 동력은 미지수
이뿐만이 아니다. 한·호주 FTA의 경우 영문본 공개 직후 독소조항인 ‘투자자제소권(ISD)’ 조항에 호주만 예외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인 투자자가 호주 내 통신 사업 등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하려다가 거부당해도 호주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제소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세월호 덫에 수개월째 갇힌 국회는 현재 한·호주 및 한·캐나다 FTA의 국회 비준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양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것도 가시밭길에 둘러싸인 한·중 FTA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야권이 한·중 FTA의 정치 쟁점화를 천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농·축산 피해에 대한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범야권과 농민단체들의 연대전선 확장으로 국회 비준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야권의 정치 쟁점화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20% 안팎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야권에 이슈를 끌고 갈 수 있는 동력 자체가 없는 데다 2016년 4월 총선 전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한·미 FTA와는 환경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무조건 한·중 FTA를 반대 할 수는 없다. 또한 한·미 FTA와는 달리 여야간 핵심 쟁점의 간극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농업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겠지만, 비준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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