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G20 정상회의의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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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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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올해 G20 정상회의가 15~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다.

G20 정상회의는 신흥국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출범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기존 선진국들은 소수 협의체인 G7(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을 중심으로 경제와 안보 논의를 선도하고 보편적 국제기구인 유엔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기존 선진국들만으로는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G7과 BRICS 외에 한국, 호주 등 중견 국가도 아우르는 G20 정상회의가 최상위 협의체로서 출범하게 됐다.

즉, G20 정상회의는 피상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급조된 협의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제 역학관계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국제 공조를 도모하기 위해 창설된 것이다.

G20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회원국 간의 이견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공황의 재발을 방지하고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공황 당시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면서 1929년과 1933년 사이 세계 무역이 3분의 2나 감소한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은 G20의 보호무역주의 동결 조치 등으로 인해 조기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G20은 회원국이 통화정책 등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자국의 입장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것을 선언함으로써 개별 회원국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견제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국내 디플레이션 퇴치 차원을 넘어 엔화의 평가절하 자체를 추구할 가능성을 지적했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도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권고했다.

무엇보다도 G20은 회원국의 정책이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잡힌 성장'에 초점을 맞추도록 독려하고 이를 동료평가(peer review) 형태로 검증함으로써 회원국이 단기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생산성 향상, 리스크 관리, 사회통합 등 중장기적인 과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했다.

특히, 각국 정상들이 직접 자국의 정책에 대해 설명하도록 함으로써 이와 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미국의 경기회복, 일본과 유럽의 경기 부진,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전개 양상이 복잡하고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이라크의 불안 요인 등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개최된다.

의장국인 호주는 투자, 고용, 무역, 경쟁에 초점을 맞춘 성장전략의 수립을 강조하면서, 조세회피 문제 해소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확대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 다국적기업이 세금이 낮거나 없는 국가로 이윤을 이전하고 국내 세수 기반을 잠식하는 행위 등을 견제하고, 최적 관행의 공유와 개발은행의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제는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국제 공조라는 G20의 임무에 부합된다.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 출범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 활약해 왔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금융 안전망의 구축을 주창하고 원조를 넘어 자생적인 발전을 지향하는 개발 의제의 도입을 주도함으로써, G20의 정통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최근 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오스트레일리아)의 출범으로 G20 내 중견 국가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단순히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차원을 넘어 성장, 고용, 사회통합 등 핵심 이슈에 대해 지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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