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김정우 기자 =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경제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식적인 정상회담 이외에도 쉬는 시간 등을 이용해 미국, 호주와 접촉하면서 분주한 APEC 일정을 소화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로 인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탈피와 러시아에게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9일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늘리고, 위안화의 무역거래 결제 비중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의 밀월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정상회담에서 푸틴이 특별 주문 제작한 러시아 스마트폰을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했으며, 저녁 야외행사에서는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서 푸틴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늦은 밤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는 북방영토 4개 섬에 대한 협의와 함께 방일 일정에 대해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싼 주요7개국(G7)의 러시아 포위망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본 끌어안기에 나서고, 일본과도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와 철도 등 인프라 정비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과도 회담을 가졌다.
또 나지프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와 토니 애벗 호주 총리를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사고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푸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이용해 활발한 외교를 전개한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미국과 유럽국가와 달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아시아 각국과 협력을 강화해 국제사회의 고립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국내경제가 침체된 러시아는 아시아 각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로 활로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일 APEC CEO 서밋 강연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무역 비율을 지금의 20%에서 40%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11일 휴식 시간을 이용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여러 번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인해 냉전 종결 후 관계가 가장 악화됐으며, 15일 부터 호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 러시아의 공식적인 정상회담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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