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담 결산…한·중·일·미 외교성과 따져보니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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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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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최국 중국이 최대 수혜, 한국도 다자무대서 존재감 드러내 '성과'

  • 미국, '중국에 견제구' 시늉… 일본, 제대로 푸대접 '비정상회담' 수모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폐막하면서 역내 주요국인 미국, 중국, 일본과의 외교 득실을 따지는 셈법으로 외교가 안팎으로 분주하다. 

이번 APEC회의 최고 수혜자는 역시 개최국 중국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다자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 중국 "주요 2개국(G2)의 위상과 국력 뽐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미국을 포함한 APEC 회원국 21개 정상으로부터 자국이 강력히 추진 중인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의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인정받았다.

회원국 정상들의 이번 FTAAP 로드맵 비준은 중국이 앞으로 아·태자유무역 지대 건설을 통한 지역 경제 일체화에 주도권을 갖게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번 APEC회의 최고 수혜자는 역시 개최국 중국이었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 신화사]]


중국은 이번 APEC 회의 직전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도 타결, 지역 경제 일체화에 한층 자신감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APEC 25주년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입장과 희망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성명에는 중국이 주장해 온 '상호연결·상호소통'에 관한 청사진과 기초시설분야 협력 강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실크로드 경제지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같은 분야에 대해 APEC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중국의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원정팀으로 방어 급급'

미국의 입장에서 이번 베이징 APEC 회의는 적지에서 열리는 회의였다. 또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에 패배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하게 중국을 견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번 베이징 APEC 회의는 적지에서 열리는 회의였다. [사진=신화사, 오바마 대통령 ]


이에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시 주석과 수차례 환담하고 비자유효 기간을 대폭 늘리겠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참가국인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11개국 정상들과 따로 만나 TPP 협상을 최대한 빨리 타결키로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FTAAP 추진 등을 매개로 중국이 아태 경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을 '연합팀'으로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때문에 중국이 주도하는 FTAAP가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대항하는 것으로 여기는 미국과 일본 등의 견제로 원하는 만큼의 100% 성과는 올리진 못했다.

중국이 원했던 타당성 조사란 용어 대신 전략 연구란 표현이 채택됐고 FTAAP를 2025년까지 실현한다는 등의 타결목표 시한도 설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일본 외교, '비정상적' 요소로 가득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이번 APEC에서 '비정상 회담'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중국에 푸대접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AP)]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이번 APEC에서 '비정상 회담'이라고 봐도 무방할 요소가 넘쳐났다.

중일 정상의 만남인 탓에 정상회담인 것은 맞지만 회담장에는 양국 국기도, 테이블도 없이 중국을 방문한 대표단과 접견할 때 사용되는 소파가 놓였다.

먼저 도착해 시 주석을 어색하게 한참을 기다린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이 회담장에 들어서자 악수를 하며 웃는 얼굴로 비교적 길게 무엇인가를 말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미소가 없는 굳은 표정으로 악수했다. 

시 주석은 아무 대답없이 고개를 취재진 쪽으로 돌렸고 이후 아베 총리를 노려보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10일 오전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이에대해 중국 외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손님의 체면을 살리는데 중요한 비중을 두는 중국 사람들이 이 정도로 대접했다는 것은 일본이 심각하게 고민해볼 문제"라고 평가했다.

◇ 한국 "미·중·일 정상과 다 만나…존재감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APEC을 통해 재편 조짐을 보이는 동북아 외교전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순방을 떠나기 전까지 3국 가운데 정상회담이 확정된 곳은 중국 뿐이었다.

그러나 정상회의 첫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예상 밖 대화를 가진데 이어 이틀째인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핵문제 등의 굳건한 공조를 과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10일 회담에서는 한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실질적 타결선언을 끌어내며 최근 밀월을 구가하고 있는 한중 관계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재편 조짐을 보이는 동북아 외교전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에대해 외교가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성사는 그 자체로 한 나라의 외교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면서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전세계가 비중있게 지켜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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