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코코본드(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를 발행하고 있다. 자본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데 대비해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다. 내년에는 발행 규모가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투자자에게 생소한데다 개인에게 투자 제한이 있어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코코본드를 발행하고 있다.
코코본드는 평소에는 채권이지만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이 상각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이다. 지난 2008년 은행의 자본 요건을 강화한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후순위채권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자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코본드가 주목받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초 8000억원 규모의 조건부 후순위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3일 이사회에서 2000억원 규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BS금융그룹 부산은행은 지난 9월 국내 은행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상각형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전북은행과 경남은행도 각각 10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내년에는 코코본드 발행 규모가 4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삼성증권은 내년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이 만기 도래하거나 상각되는 규모가 3조8000억원으로, 이 하락분만큼 자본금을 확충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젤Ⅱ에서 자본으로 인정받던 조건부자본증권이 매년 10%씩 상각되면서 인정 범위가 줄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게 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들의 BIS 비율에서 보완자본 등이 기여하는 정도는 2.5%포인트로 추정되고, 이를 제외하면 BIS 비율은 11.3%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는 새로 시행된 바젤Ⅲ가 요구하는 10.5%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저금리와 위험자산 확대 등을 대비해 하락분만큼 자본을 확충할 것이라고 삼성증권 측은 전망했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건부자본증권은 현재 국내에서 투자수요가 존재하고 발행 전력도 있기 때문에 저금리의 원화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조건의 조건부자본증권이 활발하게 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코코본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흥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후순위채 방식은 잇따라 성공하고 있지만 신종자본증권 방식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부산·전북·경남은행 등이 발행한 후순위채 방식의 코코본드는 모두 당초의 수요 예측을 넘어섰지만 지난 9월 JB금융지주가 발행한 코코본드는 대규모 청약 미달을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다음달 5일 신종자본증권의 청약을 접수할 예정이어서 흥행 여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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