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참여정부 핵심 실세로 평가받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12일 부채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기조를 비판하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사람 중심의 경제, 소득주도 성장의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월급쟁이들의 지갑을 채워주는 성장, 이른바 ‘두툼한 지갑론’을 주장한 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불평등세인 브랜다이스(Brandeis)세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상급식과 무상복지 등 보편적 복지 논란이 부자 증세 공방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제1야당의 최대 주주인 문 의원이 증세 논쟁에 가세함에 따라 향후 여야 간 다툼이 격화될 전망이다.
먼저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신자유주의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라고 논란에 불을 지핀 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속 불가능한 부채주도 성장전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문 의원은 “진보는 성장에 무능하거나 성장을 소홀히 한다는 편견이 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경제 성적이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보다 월등히 좋았던 것이 그 증거”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경제 성장의 성과를 일부가 독점하는 성장전략을 반대할 뿐”이라며 “성장에서도 유능한 진보가 돼서 정권을 맡겨도 안심할 수 있는 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장기적인 집권 전략을 제시했다.
◆朴 대통령과 대립각 세운 文 ‘소득중심 성장론’ 주장
새정치연합의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문 의원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인 민생 프레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정치권 안팎에선 사실상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플랜을 가동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문 의원은 이날 18대 대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면서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시장 만능주의 성장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파기하고 그 자리를 규제 완화가 대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겠다고 해서 기대를 걸어봤지만, 말뿐이고 실제로는 부채로 성장을 떠받치는 경제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부채주도 성장은 지속 불가능한 성장전략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가 위험하다”고 힐난했다.
특히 문 의원은 “신자유주의 전략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전 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소득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고, 이명박 정부 이후 실질 임금상승률은 0%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차기 전대 출마 질문에 “아직…”
1000조원 시대를 맞은 가계부채와 관련해선 “2013년 가계부채가 1000조를 돌파하더니 지난 6월 말 현재 1040조가 됐다”며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람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내놨다. 문 의원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줘서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는, 내수기반의 성장동력을 높이는 전략, 즉 ‘더 벌어 더 쓰는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며 “소득이 증가하면 그만큼 소비가 확대되고, 내수가 살면 일자리가 늘면서 성장이 이뤄지는 선순환을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소득주도 성장의 각론으로 ‘두툼한 지갑론’을 내걸었다.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기본소득 보장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등 1000만 워킹 푸어에 대한 차별 완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제도화 △부자감세 철회로 복지 확충 △일자리 중심의 복지론 등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문 의원은 이날 토론회 이후 전대 출마 여부와 관련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지금은 당을 추스르는 시간”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서도 “전대에 관한 많은 주장이 분출되면서 당원들 사이에서 공감이 이뤄지고 지지를 받는 쪽으로 논의가 모이지 않겠느냐”라고 확답을 피했다.
다만 “룰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가급적 기존의 룰대로 임하는 게 분란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고 기존 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그간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이 당 지지를 잠식했다는 반성이 당내에 많기 때문에 (당이) 단합하는 전대가 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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