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인터뷰] [단독] 정의화 “신년사 통해 北 김영남에 남북 국회회담 논의 위한 만남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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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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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아주경제 곽영길 대표(왼쪽)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 정리=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신년사를 통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남북 국회회담 논의를 위한 만남을 제안할 생각이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이를 통해 남북 국회회담 구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19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아주경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과의 대담형식으로 진행한 ‘창간 7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과의 인터뷰는 예상대로 파격, 그 자체였다.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한 정 의장은 이후 △국회원로회의체 구성을 위한 간담회 개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의 당위성 주장 △남북 국회회담 추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중·일 역사 공동연구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등 내·외치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핵심은 ‘화합과 평화’다. 해방 이후 계속된 극심한 이념 갈등과 남북 간 대치 상황. 북풍(北風) 하나로 국내외 모든 정치적 이슈가 사라지는 허약한 정치 구조. 87년 체제 이후 심화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 이를 중재할 수 없는 정치적 리더십 부재. 한·중·일 동북아 시대에도 변방에 머물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실한 외교력.

특히 4월16일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 이후 정 의장의 리더십은 한층 빛났다. 집시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119일간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국회 농성을 용인했다. 화합과 상생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선(先) 합의’ 원칙을 고수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정의화 리더십’을 주목하는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보혁 갈등은 물론 계층·세대·지역 분열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 의장이 가지고 있는 혜안은 무엇일까. 그래서 찾아갔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 의장은 세월호 참사와 개헌, 선거구제 개편, 남북 국회회담, 동북아 평화구상 등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국회의장 권위는 곧 국회 권위”…鄭 리더십 주목
 

정의화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지난 5월30일 국회 후반기 의장에 취임한 정 의장은 그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세월호 참사’와 ‘투명한 국회 인사’를 꼽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 속에서도 합의의 정치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정 의장은 관피아(관료+마피아) 의혹 등 한국 사회 모순의 총합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 “참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한 뒤 “4월16일 이후 세월호 유가족들의 국회 농성을 놓고 여당 의원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못하게 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매정하게 봤겠느냐”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숱한 비난을 참으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농성을 하더라도 절도를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국회 농성은 집시법 위반이다. 의장이 집시법 위반을 묵인한 꼴”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특수한 경우라서 그렇게 했다. 다 지나고 나니까 여당 의원들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현행 집시법은 국회 정문 앞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7월12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농성을 벌인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장은 119일 만인 지난 9일 철거됐다.

정 의장은 “벌써 의장이 된 지 5개월이 됐다. 지금쯤이면 국회 개혁에 대한 답안지가 나와야 하는데, 부족한 게 많았다”고 말한 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수장답게 (과거 의장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 인사의 독립성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받는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과 임성호 국회입법조사처장 등의 인선과 관련, “의장이 국회 인선에 관여하지 않고 젊고 유능한 사람을 세웠다”며 “과거에는 3선 이상의 중진급을 중용하지 않았나. 인사에 관한 원칙은 룰대로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인사추천위를 구성한 뒤 3배수를 하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국회의장들은 취임과 동시에 국회 사무처 인사를 장악하는 등 ‘자기 사람 심기’는 이 바닥의 오랜 관행이자 구악 중 하나였다. 인사의 독립성 원칙을 고수한 정 의장은 이 밖에도 △방북 구상 피력 △원구성 협상 중재안 제시 △한·일 관계 개선 행보에 나섰다.

◆“野 51, 與 49의 정치가 원칙…품격 있는 정치할 것”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으로부터는 “존경스럽다”라는 공식 논평을 받은 반면 여권 내 핵심 실세들은 “자기 정치를 한다”고 힐난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이에 대해 정 의장은 “개의치 않는다. 과거 국회의장들이 하지 않았던 일을 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 뒤 “원칙이 있다면 야당에 51을 주는 것이다. 야당 51, 여당 49의 정치다. 결국 타협의 정치를 위해서는 야당에 애정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세월호 협상을 이끈 이완구 원내대표도 10월 중순께 나를 만나서는 여야 중재안 협상 제안에 대해 ‘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의장이 올바르게 했구나’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장의 권위는 곧 국회 권위다. 과거 정치인들과는 다른 품격 있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연말정국의 화약고인 예산심의와 부수법안 자동 상정과 관련, “여야 원내대표와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등 상임위원장과 협의를 한 뒤 오는 25일께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고민은 법 시행 이전 법안의 부수법안 여부, 세입 부수법안과 세출 부수법안의 조정 여부 등”이라며 “특히 담뱃세 가운데 국세 비중도 딜레마다. 이는 실질적인 국세의 증세인 만큼 그것을 어떻게 조정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서 오는 30일 밤 12시까지 예산 부수법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자동 부의된다”며 “따라서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그 예산부수법안과 관계없이 각 상임위가 철저히 토론해서 의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역별 비례대표+중대선구제로 가야…개헌도 필요”
 

정의화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인터뷰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 대통령 권력구조 문제인 개헌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정 의장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국회 신뢰 저하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극한 대립의 정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강자 중심의 정치 △정치인들의 격조 낮은 말과 행동 등을 꼽았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에 대해 “상호존중과 상호호혜, 대화와 타협의 정치, 품격 있는 정치 등 4가지가 필요하다”며 “국회의원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민족의 미래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정국 블랙홀인 개헌과 관련, “개헌은 필요하다. 현재 개헌 특위 구성 결의안이 발의된 만큼 그것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기 대권 주자들이 자신들의 편의에 맞는 권력구조를 주장하는 것은 제척 사유”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대통령 권력구조 문제는 차차기인 20대 대선 때부터 적용하고, 권력구조 문제뿐 아니라 현행 헌법을 시대에 걸맞게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한다”며 “개헌이 정치인 개개인의 유·불리에 의하지 않고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논의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걱정하는 블랙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호남 화합 전도사’로 평가받는 정 의장은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선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뒤 “개헌 보다 중요한 문제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것이냐,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할 것이냐 등을 놓고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중대선거구제가 가장 좋고, 그게 안 되면 권력별 비례대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권역별+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동서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달 17일께 방중, 시진핑 주석 만남 기대”
 

정의화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 의장으로부터 오른쪽으로 곽영길 대표, 최신형 기자, 정 의장실 대변인실 관계자, 박원식 정치부장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의장 취임 직후부터 ‘국회 차원의 남북교류’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한 정 의장은 남북 국회회담 추진과 관련, “과거처럼 실무 접촉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북한을 방문하든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이 초청하든, 먼저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시기는 신년사를 통해 제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중요한 것은 선후 관계다. 먼저 국회 회담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 국회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를 위해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하려고 한다”며 “만남이 이뤄진다면, 남북 국회회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이 ‘선(先) 김영남 만남 제의’-‘후(後) 남북 국회회담 논의’를 주장한 것은 남북관계의 정치적 이벤트화를 최대한 지양하고 실질적인 성과물을 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만큼 그의 행보는 정쟁이 아닌 ‘화합’, 분열이 아닌 ‘통합’,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용주의’에 방점이 찍혀있다.

정 의장은 동북아 평화 구상과 관련해선 “중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한·중 관계는 현재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준동맹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2월17일 4박5일간의 일정으로 북경과 중경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남북 간 통일과 화해 협력은 물론 동북아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한·중 양국 국회 수장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 “시 주석이 방한할 당시인 7월4일 국회에서 회동하면서 방중 시 회동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이번 방중 과정에서 시 주석과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 가게 되면 왕자루이 대외협력부장 등과도 한·중 관계의 미래 관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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