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회복 둔화가 심화되며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기 흐름은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녹록지 않았다. 저성장, 저물가, 불황형 흑자 등 3대 거시지표가 모두 경기 위축의 방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한국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칫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이에 아주경제는 창간 7주년을 맞아 4인의 경제전문가에게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향후 대응방향 등 해법을 듣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제전문가 4인 패널 :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부장(가나다순)>
아주경제 배군득·노승길 기자 =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경제의 변수로 경기 회복 시기의 불확실성과 중국·일본 등 대외변수를 꼽았다. 올해 한국경제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기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경제심리 위축이 가중됐다는 진단이다.
Q: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한국경제 흐름을 총평한다면?
신민영 = 경기상승 국면이라고 하지만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여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가 주춤하면서 수출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며 기업 체감경기 개선이 미미하다. 내수에서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한 상태에서 세월호 사태 등 국가적 재난사고가 이어지며 경제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Q: 한국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일본 엔화 약세, 미국 양적완화, 중국 경제성장률 등 대외경제 변수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대외변수가 우리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신민영 =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그로 인해 국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입수요로 이어질 것인지가 중요하다. 미국 금리인상 등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로 국내 자본유출 등 환율 변동성 확대되는 한편, 엔화 및 유로화 등 달러를 제외한 통화의 약세 심화로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등 이중고를 겪을 우려가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와 부동산 시장 불안. 중국의 기술 경쟁력 상승, 부품 및 중간재 생산 내부화 등 생산구조 변화가 우리가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Q: 우리 경제는 수출주도형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어 이에 대한 구조개혁, 경제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조개혁, 경제체질개선을 위해 우선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민영 =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 측면에서 내수를 자극할 필요성이 있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못 미치는 서비스 분야가 많이 있다. 규제로 인해 공급이 제약되고 있는 부분의 제약을 풀고 기술발달로 가능해진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혁신 친화적인 규제개혁이 요구된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 대한 차별 시정을 비롯해 과감한 정책 변화, 나아가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Q: 내년도 역시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의 부담을 무릅쓰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하고 있는데 어느 시기까지 이 정책기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신민영 = 향후 2~3년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내부적으로 본격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가운데 대외적으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불안국면에 대응해야 한다. 재정과 금융정책의 적절한 조합을 이끌어가는 가운데 재정지출은 보다 중장기적인 동력 확보에 중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또한 규제완화 등 재정부담이 적으면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Q: 한중 FTA가 타결됐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고 기업들은 어떤 계획을 준비해야 할지?
신민영 = 중국시장 공략의 포커스를 고부가가치 소비재 시장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중국의 저성장 우려가 높다. 일본 엔화약세보다 중국 저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견해인데, 향후 중국경제를 전망한다면?
신민영 = 중국이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일치가 형성돼 있는 상황으로 관건은 연착륙 여부와 그 과정에서의 구조변화가 될 것이다. 일단 최근의 중국 상황과 정부 당국의 발표 등을 볼 때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의 선별적 미니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리인하 등 전면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여지도 있다. 당분간은 감속 성장 가운데 구조 개혁을 진전시키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단, 중국의 과잉투자가 조정되는 가운데 가공무역 감소, 부품소재 및 중화학 제품의 자국 조달 비중 증가 등 산업 구조가 바뀌는 것은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소비 확대가 더딘데다 소비시장으로서의 중국 공략이 부진한 상황에서 부품수출마저 줄어들면서 최대 수출지역인 대중수출이 크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
Q: 우리나라가 일본의 엔화 약세, 중국의 기술발전 등으로 샌드위치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대외변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신민영 =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어있는 상태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근본적인 체질개선 방안과 단기적인 위기 대처가 모두 잘 이뤄져야 가능하다. 고부가가치화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더욱 고도화된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분업구조를 점차 재편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더 길게는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서비스업 발전 지원 및 규제완화 등 내수 활성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 발전은 부분적으로 제조업을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상생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선진국으로 안착하느냐 혹은 선진국 입구에서 고꾸라지느냐 하는 기로에서 궁극적으로는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과거 선진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Q: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내년 수출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하나?
신민영 = 수출부진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요인과 경기적인 요인이 모두 함께 작용하고 있다. 구조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고부가가치화, 중국 소비시장 공략, 중국 이외의 신흥시장국 개척 등 중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회복세 미약, 다른 통화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세 등 단기적 요인에 대해서는 대내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해 기업의 자금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국내수요를 자극하고 달러 대비뿐만 아니라 실효환율 기준에서 원화의 지나친 절상 압력을 막아야 한다.
Q: 정부가 관광, 의료, 교육 등 서비스업 분야 진흥을 위한 대대적 규제완화 및 지원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서비스업 분야 진흥을 위한 규제완화의 문제점과 대 중소기업의 상생을 바라본다면?
신민영 = 유망서비스 투자확대방안 등 원론만 밝히고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임팩트가 큰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지 못하고 갈등소지가 작지만 임팩트 역시 작은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중요한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 국회를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일반 국민의 정책이해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Q: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황제의 귀환'이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신민영 = 미국이 세계경기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는 데에는 동의한다. 가계의 부채조정이 일단락되는 가운데 고용 및 임금사정도 나아지면서 민간부문의 수요여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인상 및 달러 강세가 불안요인이지만 미 연준의 속도조절을 통해 경기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소비세 인상이 한차례 더 시행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탈출 및 기업 수익성 제고로 경제심리가 나아지고 있다. 소비세가 더 인상될 가능성이 있지만 추가 통화완화 등 정책 대응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 하지 않을까 싶다.
유로존은 내년에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쉽게 진정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중개기능도 여전히 저하되어 있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미국 회복 및 유로화 약세로 대미수출이 증가하는 것이 회복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다. 유로존은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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