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한국거래소가 17일 새로 문을 여는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투자 대안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우려도 적지 않다.
ETN은 먼저 나온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한 파생결합증권이지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기초자산이나 운용전략 면에서 훨씬 자유롭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 역사가 8년에 이르며 급성장해온 ETN은 국내에서도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ETN 시장이 열린 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비용이나 발행사 신용위험, 수급 불확실성을 비롯해 보완해야 할 점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상품 탄력적 운용
16일 거래소에 따르면 ETF가 기초자산을 10개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는 데 비해 ETN은 5개 종목만 넘기면 만들 수 있다.
기초자산에 대한 요건을 완화해 상품을 탄력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소액 투자자도 ETN을 이용하면 지금까지 접근하기 어려웠던 선물이나 원자재, 통화, 금리, 변동성, 주식에 모두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도 적은 종목으로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탄력적인 상품 개발 및 운용이 가능해진다.
법률적인 제약 역시 ETN이 ETF보다 적다. ETF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발행절차나 운용방식에 제한을 받는다. 반면 ETN은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만기도 1년부터 20년까지 정할 수 있어 단기와 장기 투자가 모두 가능하다. 만기 때마다 유망상품을 발굴해 상품화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6개 증권사 10종목 선봬
우리투자증권 및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은 ETN 시장 개장에 맞춰 10개 새 상품을 내놓는다. 테마형 ETN이 4개, 전략형 3개, 혼합형은 3개로 이뤄져 있다.
ETN을 내놓는 증권사는 첫 상품인 만큼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수익구조가 단순하거나,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투자증권은 변동성 높은 대형주에 투자하는 '옥토 빅 볼 ETN'을, 대우증권은 반대로 낮은 변동성을 보이는 종목을 편입한 '로우 볼 ETN'을 출시한다. 연말을 앞두고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배당주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다. 삼성증권은 고배당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ETN을 내놓는다.
거래소는 앞으로 변동성지수나 마스터합작회사(MLP), 원자재 ETN도 도입하기로 했다.
◆수급 불확실성 풀어야
ETN은 아직 연기금을 비롯한 공적자금이 투자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연기금은 ETN뿐 아니라 ETF도 아직 편입할 수 없다. 내부규정에 투자 대상으로 열거돼 있지 않아서다. 우리 증시에서 가장 큰 돈을 굴리는 연기금이 빠져버리면 ETN 성장에도 한계가 생긴다.
세금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 ETF는 양도소득세(22.0%)를, 국내 ETF와 ETN은 배당소득세(15.4%)를 물린다. 배당소득은 종합소득과세 때 다시 세금을 낼 수 있어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
ETN은 발행사 신용위험도 안고 있다. ETF와 달리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만큼 무보증ㆍ무담보 사채와 같다. 금융위기 당시 리먼사태처럼 발행사가 망하면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ETF는 자산을 신탁재산으로 별도 보관하도록 해 파산에 따른 문제는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처럼 기대수익보다 기대손실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는 상품에 대해 투자자가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ETN은 이런 단점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