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대한 철강재 공급을 확대하면서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의 공급 물량은 급감해 두 회사 모두 전체 매출에서 현대·기아차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1%대까지 떨어졌다.
17일 관련 업계와 각 업체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냉연사업을 현대제철에 이관한 현대하이스코는 올 1~3분기 매출액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9%로 떨어졌다. 냉연사업 이관 이전인 2013년말 기준 이 비중은 4.0%였으나 이관 직후인 올 1분기와 상반기(1~2분기)에는 각각 2.0%에서 이번에 또 다시 0.1%P 하락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미비하지만 분할 전 냉연사업 비중이 상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하락세는 결코 만만히 볼 만한 수준은 아니다.
포스코의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2013년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했던 비중은 3.0%로 포스코의 가장 큰 고객사였으나 올 1분기 2.1%, 상반기 2.2%에서 1~3분기 누적은 1.9%로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 1~3분기 기간에는 △현대중공업그룹(3.7%) △포스코P&S(2.6%) △POSCO Maharashtra Steel Private Limited(2.0%) △현대·기아차(1.9%) △POSCO-Vietnam(1.7%), POSCO ASSAN TST(1.6%) △포스코강판(1.5%) 등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포스코 국내외 계열사들이 포진했다. 포스코P&S는 포스코 제품의 국·내외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POSCO Maharashtra Steel Private Limited는 인도, POSCO-VIETNAM은 베트남, POSCO ASSAN TST는 터키 현지 가공·판매 법인이다. 국내 수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포스코 자체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해외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연강판의 해외 판매권을 쥐고 있는 현대하이스코도 국내보다는 해외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실제로 3분기도 해외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의 주 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2분와 3분기 모두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제철은 냉연사업 이관을 통한 현대·기아차 매출 확대의 덕을 턱턱히 보고 있다.
냉연사업 인수 전인 2013년말 현대제철의 최대 고객은 현대하이스코로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5%에 달했다. 인수 직후인 2014년 1분기에는 관계사인 삼우가 최대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우는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을 받아 가공한 뒤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업체다. 즉, 삼우 공급물량이 현대·기아차 물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분기 5.1%였던 삼우 매출 비중은 상반기와 1~3분기 모두 4.8%를 기록했다.
일단 삼우가 현대제철과 현대·기아차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이러한 거래 방식에 있어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삼우는 회사를 떠난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 이후 나오는 신차마다 ‘초고강력 강판’ 적용 비중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우 매출 비중이 제자리 수준이라는 것은 변화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냉연에 이어 특수강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현대제철이 추가로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포스코처럼 강판 가공 및 유통사업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럴 경우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철강 부문에서 계열사간 사업 통합 및 구조개편을 추가로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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