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국민통합시대] 갈등 딜레마 빠진 대한민국에 통합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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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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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대통합을 이루자-1] 이념·지역·빈부·세대 갈등의 반복, 한국 정치 퇴행화 이끄는 주범은

 

국회 본청.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하반기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공방전이 연말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대한민국이 갈등의 딜레마에 빠졌다. 해방 이후 고착된 남북 분단에 따른 좌·우파 갈등, 1970년대 압축성장이 빚어낸 빈부 격차,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점하는 지역주의, 2030세대와 5060세대 간 간극 등등….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의 축’이 사라지기는커녕 하나씩 덧붙여졌다. 제도권 정치가 갈등의 정치를 방관하는 사이 하나의 갈등이 다른 갈등을 파생하는, 퇴행적 정치 문화만 양산한 셈이다.

연말국회를 맞은 여야가 17일 무상급식과 무상복지 등 보편적 복지와 이명박 정부 비리인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등을 놓고 난타전을 전개한 까닭도 이 같은 퇴행적 정치문화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그간 여야 정치권이 정치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갈등의 축이 확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그랬다. 20세기 초반 일제 침략에 순응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정치는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에 실패한 결과, 2013년 체제에서도 ‘친일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 때만 되면 보수진영의 특정 후보가 친일파와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남북 분단이란 특수성에 기인한 ‘좌우 대립’은 한국 정치를 뒤흔든 핵심 변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천안함 피격 사격을 둘러싼 진실공방과 박근혜 정부 들어 민간보수단체의 삐라 살포 사건 등 한국 정치의 시계는 여전히 1950년대 분단에 머물고 있다.

◆‘이념→빈부→세대’ 갈등…무기력한 제도권 정치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친일과 남북 프레임에 둘러싸인 한국 정치는 1971년 대선을 기점으로 영·호남 대립구도로 이어졌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구도’. 이 지역 프레임은 한국 정당의 거대 양당(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고착으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압축성장 탓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렸다. ‘부동산 불패 신화’, ‘강남 공화국’, ‘강남 대치동 교육 1번지’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어느덧 ‘부자 되세요’가 최고의 덕담으로 자리매김한 사회로 전락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통계청의 ‘2013년 연간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50만4300원으로, 소득 1분위(하위 20%) 7만6600원의 6.58배에 달했다.

이어 소득 2분위(하위 20~40%) 20만1800원, 3분위(40~60%) 25만8700원, 4분위(60~80%) 37만5700원 등으로 소득과 교육비 지출이 비례했다. 부의 대물림에 이어 교육 대물림 현상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경제 민주화’였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담보됐으니, 이제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보편적 복지의 길로 가야한다는 당위의 논리였다.

실제 18대 대선 직전 여야 정치권에선 앞다퉈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며 ‘2013년 체제’ 논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가 여의도 정치권을 뒤흔들 정도로 우리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취약한 상태다. 

갈등으로 점철된 어두운 역사를 끊지 못한 한국 사회는 좌·우파 등 이념 갈등과 빈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세대 갈등’이란 새로운 갈등구조와 맞닥뜨렸다.

문민정부인 김영삼(YS) 정권 때 받아들인 신자유주의는 김대중(DJ)·노무현·이명박(MB) 정권을 지나면서 강화된 신자유주의로 격상, 세대 갈등의 단초로 작용했다. ‘88만원 세대’, ‘3포(취업·결혼·출산) 세대’ 등의 말이 나온 것도 이쯤부터다.

◆이제는 제도 개혁, 첫 단추는 거대 양당 타파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열린 본회의에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문재인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한국 사회의 ‘갈등의 축’이 이념에서 빈부·세대로 확전되는 사이, 대한민국은 세계 여타의 나라 보다 갈등지수가 높은 나라로 전락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의 사회갈등지수는 0.72(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위였다. 갈등의 경제적 비용도 연 82조∼246조원에 달했다. 극심한 종교분쟁을 겪었던 터키(1.27)만이 우리 보다 사회갈등지수가 높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거대 양당 체제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꼽는다. 해방 이후 반세기가량 거대 양당 체제가 고착된 결과 모든 이슈들이 양당의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진단에서 나온 대안이다. 

선거뿐 아니라 정치 사안마다 ‘이념·세대·지역’이 진영논리 덫에 빠지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리적인 비판과 대안 없이 상대방을 타격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운동권식 정치문화’가 횡행하는 결정적 원인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제도개혁을 위한 판은 만들어졌다. 헌법 재판소가 인구편차 3대 1의 현행 선거구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구제 개편의 물꼬가 트였다.

이에 여야 정치권 안팎에선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3월 공개한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제도 개선방안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새누리당 151석, 새정치연합 126석, 통합진보당 33석, 자유선진당 10석을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선거구제에 의한 의석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152석과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이었다. 늘어난 총 지역구 중 대다수가 소수정당으로 돌아간 셈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 “소선거구제로 양당제가 고착됐고, 그 결과 거대 정당에 선거 때 고정번호 1∼2번과 수십억의 정당 보조금 등 엄청난 특권을 주고 있다”면서 “선거구제 개편에 나서든 거대 양당만을 위한 특권을 폐지하든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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