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최근 복지재원 마련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주장에 대해 기업실적 악화와 세계적 법인세 인하추세 등을 고려할 때 관련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법인세 인상주장의 요지는 대기업에게 감면해준 법인세를 원래 수준으로 환원, 복지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악화된 기업실적, 대기업 공제감면 축소, 주요국 법인세 인하 동향, 기업의 해외이전 등 고법인세의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섣부른 법인세 인상논의는 기업활동을 더 위축시켜 세수감소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법인세 인상논의를 하기에 최근 기업실적이 너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간판기업들은 최근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고 있으며, 적자를 내는 기업들도 다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매출액 증가율은 올해 상반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0.7%)를 기록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악화추세다. 전경련은 이러한 상황에서 법인세마저 올리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 투자가 위축되고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경련은 지난 정부에서 대기업의 감세정도는 중소기업에 비해 크지 않았고, 이번 정부 이후 대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세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 법인세율 인하정도는 과세표준이 낮을수록 더 커서, 경감률이 과표 1억원 이하는 23%, 과표 1억~2억원은 60%에 이른 반면, 200억원 초과 기업은 12%에 그쳤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공제․감면 축소,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등 대기업에 대한 실질적 증세효과를 가져오는 여러 제도가 도입 또는 도입될 예정이다. 상위 0.1% 기업이 법인세 전체의 3분의 2를 부담하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은 상위 기업의 발목을 더 잡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특히, 세계는 법인세 인하와 기업 세부담 완화 경쟁중인 반면, 한국은 이와 반대로 우리의 법인세 인상논의가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중앙정부 기준)은 2000년 30.6%에서 2005년 26.2%, 올해는 23.4%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후 최근에도 12개 회원국이 법인세를 인하했고, 15개국이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7개국만이 인상했다. 세율인하 뿐만 아니라, 주요국들은 투자공제율 인상, 세제 인센티브 부여 등 기업 세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전경련은 한국의 법인세율은 2014년 기준 22.0%로 OECD 평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아시아 경쟁국들(중국25.0%, 대만 17.0%, 싱가포르 17.0%)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세율인하 측면에서도 2000년대 이후 OECD 평균 7.2%p 인하될 동안 한국은 6%p 인하에 그쳤다. 국내총생산(GDP) 및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도 OECD 상위권일 뿐만 아니라 증가추세여서 한국의 법인세 수준이 높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전경련은 글로벌 조세경쟁시대에서 법인세 인상은 기업이전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간 자본이동 장벽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저세율 국가로의 기업이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법인세에서 저법인세로 옮겨감에 따라 기업 이탈에서 기업 유입으로 상황이 변경된 대표적 사례가 영국이다. 1999년~2010년의 10년 이상 동안 2%p 인하에 그칠 정도로 법인세율 인하에 소극적일 때에는 맥도날드 등 많은 기업이 영국을 떠났다가, 2011년 이후 매년 세율을 인하하자 주요기업들이 다시 영국을 찾고 있다. 이는 기업이 법인세 수준을 경영에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전경련은 전했다.
홍성일 전경련 팀장은 “법인세 인상을 통한 세수확보는 세계추세에도 맞지 않고 어려운 기업상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만큼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투자여건 조성 → 법인소득 증대, 고용확대 → 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세수확대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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