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8일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의 부정적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좀비 기업이 증가할수록 제조업의 투자, 서비스업의 고용을 중심으로 정상기업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좀비기업은 금융 지원을 받는 잠재 부실기업(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악성기업을 말한다.
좀비기업 중 이자 보조를 받은 기업은 2010년과 비교해 2013년에 0.9% 포인트 정도 감소했지만 만기 연장을 받은 좀비기업 비중은 2.2% 포인트 증가했다.
산업별 좀비기업 비중을 보면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는 같은 기간 7.1%에서 26.2%로, 건설업은 26.3%에서 41.4%로 각각 증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는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 및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지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좀비기업은 정상기업의 투자율과 고용증가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지원으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는 경우 이들 좀비기업이 한정된 시장수요를 잠식하고 노동 및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정상기업의 고용 및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한 산업의 좀비기업 자산비중이 10% 포인트 높아지면 해당 산업의 정상기업 고용증가율과 투자율은 평균적으로 0.53% 포인트와 0.18%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결과는 현재 15.6%로 추정되는 좀비기업의 자산비중을 5.6%로 10% 포인트 떨어뜨리면 정상기업의 고용이 11만명 안팎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좀비기업 자산비중의 산업별 영향은 제조업에서는 정상기업의 투자에 서비스업에서는 고용증가율에 각각 부정적이었다.
정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정책의 초점이 경기 대응에 맞추어져 있었던 반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적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며 "경제 전반의 역동성 제고를 위해 금융지원 관행을 개선해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자 보조, 만기 연장 등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관행을 개선해 은행부문의 건전성을 높이고 좀비기업에 대한 자연스러운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수익성이 약화된 조선업 및 건설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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