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30개월 만에 전격 타결됐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로 벌써부터 국회 비준동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FTA 조기 비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 선점효과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8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한·중 FTA는 연내 가서명과 내년 초 정식 서명을 거친 후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공식 제출될 전망이다.
하지만 비준동의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여야 간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절차와 내용면에서 졸속 타결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농축수산단체와 시민단체까지 FTA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험난한 비준 통과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한·호주 FTA와 한·캐나다 FTA의 비준 동의안은 각각 9월 16일, 10월 1일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는 이달 6일에야 회의를 소집해 정부로부터 비준동의안 보고를 받은 상태다.
2007년 4월 타결된 한·미 FTA의 경우 같은 해 9월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됐지만 당시 국내 반발과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추가 협상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2011년 11월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5년 만인 2012년 3월 발효됐다.
전문가들은 FTA 비준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한·중 FTA 타결 이후 연이어 호주와 FTA를 체결하면서 통상협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호주 입장에서는 올 상반기 한국, 일본과 연이어 FTA를 체결한 데 이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도 FTA를 체결했다. 이들 모두 최근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한 국가라는 점에서 조속한 국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점이익을 뺏길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타결된 한·호주 FTA도 국회 비준 즉시 발효되고, 해당 시점부터 정부 회계연도가 끝나는 달까지 관세인하·추가인하가 차별적으로 시행되는 구조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재까지 비준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보다 3개월 늦게 타결한 일본이 이미 상임위 승인을 마친 것과는 상반된 양상을 띠고 있다.
한·뉴질랜드 FTA 역시 조속한 비준과 발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미체결국인 일본과 미국 등이 뉴질랜드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선점효과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길에서 국회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비준이 제때 이뤄질 경우 한·중 FTA를 통해 매년 54억 달러의 관세 절감은 물론,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철저한 대책 마련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세계 최대인 13억5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단일 국가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에 속한다. 양국의 지난해 교역규모는 2300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무역흑자는 63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9조2400억 달러로, 세계 GDP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의 FTA 체결로 세계 GDP의 61%였던 우리의 경제영토가 70%를 넘으면서 급속도로 확장된 셈이다.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 GDP는 한·중 FTA 발효 5년 후 0.95∼1.25%, 10년 후에는 2.28∼3.04%로 각각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 고용도 각각 23만3000명, 32만5000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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