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북한 경제재건에 필요한 5000억 달러(약 549조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며 증세없이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제윤 위원장은 오는 19일 개최되는 '한반도 통일과 금융' 컨퍼런스에서 이러한 내용의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를 발표한다.
금융위는 현재 1251달러인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년 후 1만 달러 수준으로 상향시키려면 경제재건에 5000억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철도(773억 달러), 도로(374억 달러), 전력(104억 달러) 등 북한 내 인프라 육성에 1400억 달러가 소요되며 농림수산업(270억 달러), 광업(20억 달러) 등 산업부문 육성에도 350억 달러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는 20년간 5000억 달러의 재원을 조달할 방식으로 정책금융기관, 민간투자자금, 해외 공적개발원(ODA) 등 4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우선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이 개발재원의 50~60%인 2500억~3000억 달러를 조달하고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 또는 경제특구개발 등을 통해 민간투자자금으로 1072억~1865억 달러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통일 후 북한 경제개발 및 GDP 증가에 따라 20년간 약 3300억 달러의 북한 세수 중 1000억 달러를 개발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북한 개발단계에서 초기 10년간 연평균 8%, 이후 10년간 10% 성장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한국의 세율 26%를 적용해 산출된 액수다.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 등 해외 ODA를 통해 14억 달러를 확보하고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연합(UN) 등을 통해서는 156억 달러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는 자금조달 초기단계에서는 양허성 자금과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해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을 선별한 뒤 공공성이 큰 인프라 및 산업부문에 우선 투자하고 국제기구 일반자금과 국내외 민간자금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부문에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완성단계에서는 민간자금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북한의 GDP는 약 34조원, 재정규모는 66억2000만 달러, 교역규모 73억5000만 달러로 1970년대 경제상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GDP가 1428조원, 재정규모 2870억 달러, 교역규모 1조752억 달러에 달한다.
동서독 통일 당시 양측의 GDP 격차가 9.7배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남북한의 경우 42배나 격차가 벌어져 금융위의 재원조달 계획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금융위는 남북한 경제통합을 위한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유 상업은행 제도를 도입하고 국내외 상업은행의 북한 진출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기존 정책금융기관들은 산업발전 및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게 된다.
더불어 북한의 금융 신뢰기반 구축 및 예금거래 활성화를 위해 예금보험·지급결제·금융감독제도를 시행하고 점진적으로 자본시장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화폐제도의 경우 경제격차 및 거시적 변수 등을 고려해 교환비율을 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의 경우 북한 내 이중환율제도를 정비해 단일환율제도로 전환하고 고정환율제도에서 관리변동환율제도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독일의 경우 화폐통합 시 동독과 서독의 임금 및 연금 등에 대한 교환비율을 1대 1로 하고 예금, 대출 등에 대해서는 2대 1의 교환비율을 적용했다.
이는 동독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으로 초기 생활안정 및 구매력 확충에 기여했으나 동독 기업의 채산성 악화 및 도산에 따른 실업률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이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며 생산적인 통일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