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미세먼지 더 이상 환경문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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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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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대기오염 문제가 국민의 건강 보호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정치·외교·경제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정상회의 동안 회자된 여러 이야기 중 단연 ‘APEC 블루(APEC 기간 중 베이징의 파란 하늘)’가 압권이다. 시진핑 주석도 APEC 기간 동안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베이징 대기질을 확인했다고 한다.

2012년 여름에도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의 미묘한 외교 마찰이 있었다. 요지는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 2008년부터 초미세먼지(PM2.5,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로 직경 2.5㎛보다 작은 먼지) 농도 현황을 인터넷을 통해 발표하는 등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다. 이에 중국은 외교부를 통해 수치 공표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고, 미국은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위한 서비스라는 이유로 요구를 거부하는 등 외교 분쟁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가 위치한 한반도 서쪽에는 경제성장의 속도가 가장 빠르며 전 세계 인구의 1/4이 살고 있는 중국이 위치해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편서풍대에 속해 있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위적 배출원이 바로 서쪽에 있어, 장거리 이동 현상으로 인해 연중 고농도 미세먼지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미세먼지로부터 국민 건강 보호와 안전을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라 미세먼지 예·경보제 및 정보제공 확대, 국내배출원 관리, 한·중 환경협력 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초미세먼지(PM2.5) 대기환경 기준이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이미 국가 대기질 예보제는 시행 중이며 이를 위한 전담조직으로 국립환경과학원 내 대기질통합예보센터를 신설했다. 또 '제2차 수도권 대기질 개선대책(2015∼2024)' 등을 통해 미세먼지 및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황산화물의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등 오염물질 최대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부는 보다 근본적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서 중국과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시, 대기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한·중 환경협력 양해각서'를 개정해 중국과의 미세먼지 측정 자료 공유, 예보 기법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등에 합의했다. 중국 측 관심이 높은 환경사업·기술진출을 통해 중국 대기질 개선 및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중국 내 많은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이 중국 스모그를 이유로 중국 근무를 꺼리고 중국 주재원조차 중국을 탈출하는 등 추가 인건비 부담과 새로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

이러한 현실과 위협에 대해 중국 당국도 '2013년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수립, 2017년까지 베이징 PM2.5의 25% 감축 목표를 제시 등 대기오염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개최된 양회(중국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 등 환경 분야에 2014∼2015년 동안 총 2조5000억 위안(한화 43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환경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연 그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가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국민들의 건강 및 생활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APEC 블루’가 아닌 ‘CHINA 블루’, ‘ASIA 블루’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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