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문제는 기본적으로 늘어나는 차에 비해 주차장이 부족해 생기는 것인데, 십수년 전에 마련된 관련제도가 손질 없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가 사실상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주차유발량 조사를 통해 아파트 등 건축물의 새로운 주차장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동차 2000만대 시대, 주차장은 태부족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만2967대(1대당 2.56명)로 집계됐다. 1대당 세대수 1.03대로 1세대당 1대 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12년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 대비 주차장면의 수 비율은 91.8%로 최소 필요기준(약 130%)에 크게 못 미친다.
주차장법 시행령의 부설주차장 설치대상 시설물 종류 및 설치기준을 보면 위락시설의 경우 시설면적 100㎡당 1대의 주차공간을 조성토록 했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판매·운수·의료·운동·업무시설 등은 150㎡당 1대다. 제1·2종 근리생활시설과 숙박시설은 시설면적 200㎡당 1대다. 단독주택은 시설면적 50㎡ 초과 150㎡ 이하는 1대, 시설면적 150㎡ 초과는 150㎡를 초과하는 100㎡당 1대 꼴이다. 이 기준은 지난 2007년 변경된 이후 7년여간 그대로다.
위락·숙박·운동·근린생활시설 등은 분류만 조금 바뀌었을 뿐 20년전인 1994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분류가 바뀌면서 주차장 기준이 완화된 건축물도 있다. 20여년간 자동차는 3배 가까이 늘었는데 주차장 기준은 그대로니 주차공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아파트 등 주거단지의 경우 이미 1주택당 보유 차량수가 보통 1대 이상이지만 주차장 기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주택단지는 가구당 주차대수가 1대 이상이어야 하지만 가구당 전용면적 60㎡ 이하는 0.7대를 적용한다. 최근 소형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추세와는 동떨어진 제도다.
원룸형의 경우 아파트보다 완화된 주차기준이 적용돼 주차난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주택법에 따른 원룸형 주택은 가구당 주차대수가 0.6대만 충족하면 된다.
◆주차장 기준 개선, 공영주차장 25곳 착공
국토교통부는 부설 주차장 설치기준을 시설물 용도별, 자동차 유형별 등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주차유발량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에 10개 시·도에 공영주차장 25개 착공에 국비 221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지자체별로 구도심과 주택가 폐·공가 및 자투리땅 소유주에게 주차장 조성비용을 지원하는 쌈지공영주차장도 확산할 계획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윤장호 연구위원은 '자동차 2000만대 시대의 주차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주차장법에서 주차장법과 차고지법으로의 이분화 및 주차장에서 주차장과 차고지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심부 주차장 운영 효율성을 위해 탄력 주차요금제 및 최대 주차허용시간 규제 등도 제안했다.
교통연구원 박상우 부연구위원은 차고지분리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건물주에게 건물 건설시 적정 주차면을 지어 건설비용은 감소하고 임대자에게 주차장 사용여부에 따라 비용을 부과해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 해외 사례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일본의 경우 자동차 등록 시 차고지 확보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한 차고지증명제를 1962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동차 구입 자체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또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교통 소통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파킹미터기·코인주차기 등의 무인주차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식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시민 신고제도가 도입돼 시민들에게 불법주차 자체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우리나라도 안전행정부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불법주차 등을 신고할 수 있는 생활불편 신고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단속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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