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신항 항운노조, 80m 높이 타워크레인서 고공농성 하루 지나

포항 영일만신항 노조원 2명이 19일 오전 4시 포항 영일만신항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하역작업 일거리를 나눠 달라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최주호 기자]

아주경제 최주호 기자 =경북 포항 영일만신항의 노무공급권을 요구하고 있는 영일만신항 항운노동조합 노조원들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지 하루가 지나고 있다.

포항 영일만신항 항운노조 김경원 투쟁위원장과 이태현 총괄국장 등 2명은 지난 19일 오전 4시쯤 포항시 북구에 있는 영일만신항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80m 높이의 중간인 45ｍ의 크레인 운전실에서 "경북항운노조가 독점하고 있는 하역작업 일거리를 나눠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법원이 영일만신항 노조에 영일만신항의 하역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고용노동부와 경북항운노조는 노무공급권 조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영일만신항 노조의 노무공급권을 인정하고, 경북항운노조는 원래 사업장인 포항 구항과 신항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노조원들의 고공농성이 이어지자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변에 병력과 소방차, 응급구조차 등을 배치한 뒤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노조원들에게 내려오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하루를 지나고 있다. 노조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위해 간간히 물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포항 영일만신항 노조원 2명이 19일 오전 4시 포항 영일만신항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현수막을 내걸고 하역작업 일거리를 나눠 달라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최주호 기자]

영일만신항 항운노조는 영일만항이 들어선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등 4개 마을의 주민 110명이 하역작업을 맡기 위해 지난 2005년 만들어졌다.
노조설립 신고가 반려된 이후 지루한 법정싸움 끝에 2011년 노조설립에 이어 올해 초 영일만항 노무공급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0여 년간의 긴 법정싸움을 하는 사이 기존의 경북항운노조가 오는 2016년까지 영일만항 하역작업을 독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하역 3사(동방, 한진, CJ대한)와 영일만신항 주식회사에 하역계약을 위한 교섭을 수차례 신청했으나 교섭조차 회피하고 있어 노무공급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일거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영일만신항 항운노조는 1년간 하역작업을 하지 못하면 공급권이 취소된다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내년 4월에는 법원이 인정해준 노무공급권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다급해진 영일만신항 노조원들은 관계기관을 찾아가 중재와 협상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일터를 돌려달라며 지난 10월부터 강경투쟁에 돌입했다.
최근 한 노조원이 자살을 기도했고, 지난달에는 노조원들이 고용노동부 포항지청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또한 노조원 10여명이 포항시의회 로비를 점거하고 관련기관과 양 노조가 참여하는 대책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4~5일에는 영일만항에서 집회를 벌이는 과정에 노조원 9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해경에 구조되는 등 갈수록 집회가 과격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일만신항 항운노조는 영일만신항 크레인 점거에 이어 오는 21일부터 전체 노조원과 가족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포항시 등 관계기관은 이번 집회를 영일만항 하역 일거리 싸움으로 간주하고 당사자인 경북항운노조와 영일만신항 노조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어 두 노조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