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중 최대 500만 명에 대해 추방을 유예하는 내용의 '이민개혁안'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은 '군주적 발상'이라 비난하며 극심한 정국 갈등을 예고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뤄진 특별연설에서 “우리는 이민자의 나라고 언제나 이민자의 나라일 것”이라며 “수백만 명의 불법 체류자들을 추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민개혁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결정은 합법적일뿐 아니라, 지난 반세기 모든 대통령이 취했던 행동”이라며 “이민정책을 개혁하는 나의 권한이나 생각에 의문을 품는 의원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민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추방의 대상은 아이·엄마·가족이 아닌 범죄자”라며, 단순히 이민허가증이 없다는 이유로 음지에서 저임금과 추방의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이번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최소 5년 이상 미국에서 살아온 불법 체류자 중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가 향후 3년간 추방되지 않고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게 된다. 단 전과자는 제외된다.
2012년 시행했던 청소년 불법 이민자에 대한 구제 조치도 이번에 확대된다. 고숙련 근로자와 과학·공학 전공 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도 50만 명 규모로 늘린다. 이에 따라 불법 체류자 1100여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최대 500만 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번 이민개혁안 행정명령은 1986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300만 명에게 합법적 거주 신분을 부여한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안 '히든카드'를 꺼내든 이유와 관련해 중간선거 참패로 조기 레임덕 위기에 처한 오바마 대통령이 히스패닉을 비롯한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공화당은 ‘오바마 황제’라 칭하며 즉각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 개혁을 (의회와) 함께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만 하려 든다”며 “자기는 왕도 황제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마치 그런 듯이 행동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을 권력 남용으로 제소할 수 있도록 그의 불법 행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강경파는 정부 셧다운이나 대통령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연말 대치가 불가피해졌다.
한편, 오바마 이민개혁안 발표 소식에 백악관 앞에 모인 히스패닉계 등 이민자들은 “오바마 만세”를 외치며 이민개혁안을 열렬히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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