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민제도개혁을 단행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미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가스를 찾아 “이는 이민제도개혁의 한걸음에 지나지 않으며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연설해 법안 채택하지 않고 있는 하원에 대해 이민관련 법안을 가결하도록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야당 공화당은 대통령의 직권남용을 이유로 오바마 정권을 소추해 향후 대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이민개혁은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 일부에 조건부 일시적인 체류를 인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 시민권과 영주권을 보유하는 아이의 부모가 대상으로 최대 500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 이민 비율이 가장 높은 네바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연설했으며, 공화당에 대해 “법안을 통과시켜라”고 10번 이상 반복해 언급, 채택하지 않고 있는 하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이날 대통령이 행정권한에서 일탈했다고 밝히면서 연방법원에 소추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의 대통령 소추 자체는 오바마케어(의료보험제도 개혁)의 운용방법을 문제시한 지난 7월 하원 결의안에 따른 것이지만,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민제도개혁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법률 성립 기회를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야당 공화당 간 대립구도가 선명해진 가운데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게 될 내년 1월부터 여야의 협력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케어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 지구온난화 대책 등 주요정책이 쌓여있지만 공화당이 의회 운영에서 대결자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백악관은 이민제도개혁의 경제효과를 강조해 오바마 대통령을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미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령으로 2024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4~0.9% 상승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수의 증가는 15만명에 달하며 미국의 평균임금은 0.3% 증가하고 25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회에서 이민제도개혁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그 경제효과는 더욱 크다고 밝혔다. 미의회예산국(CBO)의 시산에서는 실질GDP가 2023년에 3.3% 증가하고 2033년에는 5.4% 증가한다고 밝혔으며, 평균임금은 2033년에 0.5% 증가하고 재정적자는 20년간 8500억 달러 줄어든다는 시산을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불법이민자에게 시민권을 확대하는데 대해 57%가 천성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통령령으로만 행사하려는데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제도개혁을 발표한데 대해 이민의 모국 멕시코와 중남미 국가 정부는 이를 높이 평가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멕시코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 “미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멕시코인들에게 큰 기회와 존엄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 경제와 사회에 멕시코인의 공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불법이민자 수는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또 과테말라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성명을 내고 “이민제도개혁은 미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과데말라인에게 안도를 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중남미 국가들과 연대하기 위한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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