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또다시 '관치'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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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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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영구 전 행장의 은행연합회장 내정설로 '시끌'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금융권이 또다시 관치 논란에 휩싸였다. 모피아 선임, 낙하산 인사 등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사 이사회 및 사외이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뒤로는 민간 금융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선임과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또다시 관치 논란이 들끓고 있다.

무엇보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하 전 행장은 KB금융 회장 후보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스스로 씨티은행장직을 떠난 바 있다.

하 전 행장은 14년간 은행장을 지냈을 정도로 금융권에서 승승장구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었지만 KB금융 회장 후보 선임과정에서 탈락하면서 전성시대가 끝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 전 행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쏟아졌다. 결국 노동계는 물론이고 정치권도 이번 내정설을 '밀실인사'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연합회장 낙하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는 이 사회의 적폐로 절대 용인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킨 관계자에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은행연합회와 회원사들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회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은행연합회 이사회나 사원총회도 열리지 않은 데다 회장 추대를 위해 은행장들이 모인 사실도 없을 뿐더러 내정설에 대해 아예 모르는 은행장들도 있었다"며 "이른바 금융권 고위 관계자라는 모종의 인물이 낙하산 인사의 기정 사실화를 위해 있지도 않은 일을 날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불투명한 은행연합회장 내정 과정을 놓고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출 과정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금투협은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나 선거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회장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후보들은 출마의 변을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히며 선거다운 선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같은 관치 논란은 비단 낙하산 인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건을 빌미로 이경재 의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그동안 이 의장이 KB금융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이사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금융사 인수건을 볼모로 사퇴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당연히 관치에 해당되며,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견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만약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 승인건을 빌미로 이사 및 사외이사의 퇴진을 압박했다면, 이는 옳지 않은 방식"이라며 "금융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부적절한 방식으로 당국의 힘을 활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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