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쇄빙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해양플랜트 등 기술집약적 선박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 조선업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다. 하지만 유독 크루즈(Cruise)선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크루즈선 시장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조선업계의 크루즈선 수주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크루즈선 시장 진입은 근래에 이뤄지기 어렵다는데 입을 모은다.
27일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연초 이후 10월까지 전세계에서 계약된 크루즈선은 총 10척 138만9432G/T(총톤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전체 수주량인 59만3792G/T(6척) 대비 G/T기준으로 180%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가 4척 독일이 3척 핀란드와 프랑스가 각각 1척씩을 수주하며 유럽지역이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크루즈선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크루즈선협회(CLIA)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크루즈선을 이용한 승객은 12만명에서 21만명으로 77%가 증가했다. 또 크루즈선 시장 확대로 117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 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위의 호텔’, ‘배의 여왕’이라 불리는 크루즈선은 선박중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통상 대형 크루즈선은 10만G/T, 초대형 크루즈선은 14만G/T 이상을 일컫는데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수주를 이어오고 있는 드릴십의 경우 척당 5억달러 수준인데 반해 14만G/T 이상의 초대형 크루즈선의 척 당 가격은 7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특히 지난 2012년 이탈리아에서 좌초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도 크기가 11만4500G/T에 달해 대형 크루즈선에 속하면서 가격도 5억달러를 넘는다.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크루즈선 분야를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가 수주하고 있는 상선들을 대형 트럭으로 비교한다면 크루즈선은 고급 세단과 같다. 즉 안전성과 배의 성능이 가장 중요시 되기 때문이다. 특히 배가 파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밸러스트(Ballast) 기술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넘지 못하고 있는 숙제 중 하나다.
또 크루즈선의 경우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데다 까다로운 상류층 고객들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점도 난관이다. 내부 인테리어 자재부터 심지어 식기까지 100%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데 고급 제품들을 들여오다 보면 투자 대비 효율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부 인테리어의 경우 까다로운 외국인들의 입맛을 맞춰야 하지만 그들의 감성을 100% 표현하는데 한계가 분명히 있다”면서 “외국인이 한옥을 짓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같은 난관과 업황 악화로 결국 크루즈선 사업을 접기에 이르렀다. STX역시 STX유럽을 통해 크루즈선 시장에 진출 했으나 모기업의 재정악화로 결국 매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크루즈선 시장은 기술개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 감성적인 부분이 강해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뛰어들어 단기간에 실적을 내긴 어려운 분야”라면서 “하지만 크루즈선은 결국 해상가옥 등 미래형 선박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인 만큼 우리나라 업체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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