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연설해 경기대책의 일환으로 향후 3년간 총액 3150억 유로(약 430조원) 규모의 민관투자계획의 구체적 계획안을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EU예산과 정책금융기관이 준비할 종자돈 210억 유로를 중심으로 민간투자를 모집해 15배로 늘릴 방침을 밝혔다. 이는 금융기술의 ‘지렛대 원리(Leverage Effect)’를 이용한 수법으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기술에서 ‘지렛대 원리’는 빚을 지렛대로 보고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유럽이 비즈니스에 복귀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다”고 언급해 이 투자계획으로 유럽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재정적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표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융커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이 구상을 거론하며 최근까지 구체적인 안건에 대한 검토를 해왔다. 이 계획은 향후 12월 중순에 개최될 EU 정상회의에서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채무위기를 겪은 후에도 경기가 침체돼 실업률이 여전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가 내놓은 경제전망은 2014년~2015년에도 실질경제성장률이 1.3~1.5% 증가에 그치고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장래 성장으로 이어지는 투자는 채무위기 이전 수준을 3700억 유로 밑돌고 있어 융커 위원장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26일 발표된 구체적 계획안은 ‘유럽전략투자기금(EFSI)'을 신설해 EU예산에서 통상적 보조금으로 사용돼 온 80억 유로를 이용해 EFSI에 대한 160억 유로의 신용보증을 시행한다.
또 EU 정책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도 50억 유로를 거출해 총 210억 유로의 자금을 3배로 늘려 630억 유로의 공적융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공적융자를 이용해 민간으로부터 2520억 유로의 자금을 모을 계획으로 융커 위원장은 “기금에 대한 1유로의 공적자금으로 15유로의 투자가 발생한다”고 언급하면서 회원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지역 내 유망 투자프로젝트를 선정해 민관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형태다. 공적부문은 투자 안건에서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는 부문을 담당한다. 민간투자자들은 리스크의 일부를 EU가 부담해주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판단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초 EU집행위원회가 계획됐던 3000억 유로 규모를 달성시키기 위해서는 금융기술을 이용해야한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유럽 금융위기 발생 후 과도한 금융기술에 대해 자제해 온 모습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최대 경제단체 ‘비즈니스 유럽’은 투자계획을 환영하면서도 “투자를 모집하기 위한 매력적인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 노조총연맹(ETUC)의 베르나데트 세골 사무총장은 "210억 유로로 15배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비현실적"이라며 "집행위원회가 성경의 '빵과 물고기' 일화 같은 재정적 기적을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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