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한화그룹이 제5 정유사로 불리는 삼성토탈을 인수하며 한화에너지 이후 15년 만에 정유업에 재도전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26일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를 1조6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삼성토탈의 경영권도 함께 쥐게 됐다. 사실상 정유업에 재진출하게 된 셈이다.
애초 한화는 1970년 미국 유니언오일과 합작으로 경인에너지를 설립, 정유업에 뛰어든 뒤 합작 청산으로 한화에너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당시 현대정유였던 현대오일뱅크에 회사를 매각하고 정유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
이번에 한화의 품에 안긴 삼성토탈은 삼성종합화학과 프랑스 토탈사가 5대 5로 합작한 석유화학업체로, 알뜰주유소의 경유 공급업체로 선정된 이후 최근 휘발유로 공급을 확대하며 제5 정유사로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현재 삼성토탈은 대산공장의 콘덴세이트 분해설비(CFU)를 통해 BTX(방향족)를 생산 과정에서 경유를 얻고 있다. 업계는 내년 삼성토탈의 휘발유와 경유 생산량이 각각 50만t, 100만t, 항공유 생산량은 무려 200만t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토탈이 국내에서 독점 생산 중인 부생연료유도 7월부터 사실상 등유와 동등한 취급을 받고 있어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삼성토탈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스티렌모노머, 파라자일렌 등과 같은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삼성토탈이 이미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확보하는 등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는 점은 한화가 추진한 이번 빅딜의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기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기존 제품군을 강화할 수 있게 된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정유 업황 자체가 장기 침체화 국면에 접어든 것은 부정적 요소로, 한화가 곧바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 규모 확대나 제품 다각화만으로는 현 정유 산업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미국·중국의 수출 증대로 글로벌 석유제품이 공급과잉 상황에 직면하면서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영업적자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진 국제유가의 하락 기조도 내년 사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삼성토탈 인수로 석유화학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규모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기존 주력 석유화학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해 안정적인 수익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화를 등에 업은 삼성토탈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기존 국내 정유 4사가 향후 정식 협회사로 인정할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토탈은 그동안 공식적인 제5 정유사로 도약을 위해 대한석유협회 가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정유 4사의 반대로 가입이 보류돼 왔다. 삼성토탈이 정제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세금 문제도 기존 정유사들과 차별화돼 정식 회원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정유 4사의 입장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토탈에 대한 기존 정유 4사의 곱지 않은 시선이 향후 한화의 정유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여러 문제점을 순조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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