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언론 성범죄 보도 2차피해 막아야"

[사진=한국기자협회 제공]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한국기자협회가 언론을 통해 2차 성범죄 피해가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극적이고 구체적인 취재나 보도를 피해줄 것을 촉구했다.

27일 기자협회는 제주 서귀포 칼호텔에서 '언론에 비춰진 아동ㆍ여성 성범죄 세미나'를 열고 언론사에 요구되는 역할과 올바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정혜선 변호사는 "언론이 피해자 얼굴이나 이름, 거주지 같은 개인정보를 간접적으로 노출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주목받는 사건인 경우 속보경쟁으로 쏟아지는 정보가 다시 조합되면서 피해자 신원이 고스란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 보도수첩'을 집필한 바 있다.

그는 "이슈화된 사건이라고 해서 사생활 영역까지 알권리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며 "피해자 가족 또는 주변인을 몰래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거주지나 개인영역을 침입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특수성을 부각하는 보도도 피해야 한다.

정 변호사는 "가해자가 특별히 반사회성을 보이는 경우 보도가 몰리는데 되레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가질 수 있다"며 "이슈가 발생한 초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 회복이나 치유과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도 이번 세미나에서 강연했다.

김 국장은 "피해자가 성폭행 사실뿐 아니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나 취재가 기억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어 의심하는 말투나 추궁하는 질문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성폭력 사건을 취재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기사를 통해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박종률 기자협회장 및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기자협회 소속 전국 언론사 기자 6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