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추진해온 과도한 경기부양과 인프라 건설로 지난 5년간 약 7500조원의 자금이 낭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쉬처(徐策) 연구원과 NDRC 산하기관이었던 거시경제연구소의 왕위안(王元) 연구원은 최신 보고서에서 2009년 이후 이뤄진 중국 정부의 '비효율적 투자'로 약 6조8000억달러(약 7500조원)가 낭비됐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2009년과 2013년에 이뤄진 비효율적 투자는 중국 전체 경제 투자액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분야별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집중됐던 철강과 자동사 산업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낭비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비효율적 투자가 이뤄진 배경과 관련해서는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투자계획에 대한 정부 당국의 감독 해이, △정부 관료들에 대한 대한 왜곡된 성과보수(인센티브) 구조 등이 그 이유로 제기됐다.
보고서는 "최근 몇년새 투자 효율성이 최근 급격히 떨어졌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훨씬 명백해졌고, 상당한 과잉투자와 낭비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한 예로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쏟아부은 투자자금은 부동산 사업에 대거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올해 주택판매율과 집값은 하락세를 이어갔고 부동산시장 붕괴의 우려까지 키웠다. 이에 부동산은 물론 관련 산업인 철강, 유리, 시멘트의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중국 전역에 텅빈 아파트, 짓다 만 고속도로, 문을 닫은 제철소를 늘렸고, 이는 마치 '유령도시'를 연상케 한다고 FT는 꼬집었다.
FT는 이런 낭비가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잘못된 투자 결정에만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 자금의 상당 부분이 투자를 책임진 고위지도층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컨설팅회사인 이머징어드바이저스그룹의 설립자인 조나단 앤더슨은 "지난 5년간 중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투자 붐과 부실한 감독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 가치에 상응하는 약 1조 달러의 투자금이 증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 중국 지방정부 관리들은 하루아침에 중앙정부가 모든 투자제한을 풀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아무도 돈이 든 서랍을 주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인들을 상대로 이중계약을 하는 등 자금을 빼내는 유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