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수입 한국 ‘희소식’…기업 생산가격 하락 ‘투자확대’
국제유가 하락 소식은 원유 대거수입국인 한국으로써는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 가격이 내려간 만큼 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유류비용 부담도 줄어 가계 소비가 늘 수 있다.
예컨대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도 0.27%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기업 투자는 0.02%, 소비 0.68%, 수출 1.19%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 측도 과거 유가 하락 때 한국 경제의 반응을 반영한 경제 모형을 따져 유가 하락 시 한국 경제 경제성장률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0월 이후에는 배럴당 도입단가가 20%이상 하락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국제 유가 하락은 한국전력·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과 철강회사, 항공 및 해운회사, 물류기업 등이 대표적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유가가 하락은 기업의 생산 비용을 줄이는 데다 이를 통한 여력을 투자로 연결시킬 수 있어서다.
제품가격을 낮출 경우에는 소비도 진작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고 가계의 경우는 유류비 부담이 줄어 소비 여력을 높일 수 있다.
더불어 수출입 교역 여건도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달 수출가격이 2.9% 하락하는 동안 유가하락에 따른 수입 가격(-4.2%) 폭도 상당하다.
이는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 증가로 이어진다. 대외 교역을 통한 우리 국민의 구매력도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항공과 해운업체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연료비가 절감되는 만큼 영업이익도 덩달아 뛰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 하락에 따라 정유와 석유화학업계 등의 업종은 직접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정유업체가 원유를 실어 판매하는 데는 총 90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그 사이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재고 가치가 떨어지며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등 정제 마진은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는 정유 부문에서 올해 1조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 최저가는 그동안 정부가 이끌어오던 알뜰주유소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알뜰주유소가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불구하고 경쟁력이 미흡한데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은 사라지고 있다.
조선업계는 희비가 엇갈린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시대를 맞으면서 해양플랜트 업계가 비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조선은 유가보다 경기나 물동량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국제유가 급락여파는 크지 않다. 그러나 해양플랜트는 유가가 하락하면 오일메이저들의 유전 개발 투자가 위축되는 등 발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1위 업체 현대중공업은 10월까지 전체 수주액 167억 달러(약 18조4869억원) 중 해양플랜트 비중이 21.0%를 차지하고 있다”며 “유가하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장기적인 영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다른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함께 디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세계 경기악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조업 추격과 세계 경기가 위축돼 있다는 점에서 유가 하락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태양에너지·전기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등 새로운 신재생 에너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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