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겪은 서울교육청이 관광성 해외연수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교육청의 미래학교 설립을 위한 국외 시찰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 특별교부금 1억6500만원을 들여 내년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 5박7일간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 25명, 내년 2월 8일부터 13일까지 4박6일간 호주 25명이 가는 해외연수를 예정하고 있다.
시찰 사업은 서울미래학교 설립을 위해 해외 선진교육의 동향을 파악, 분석해 우수한 정책을 학교현장에 접목시키기 위한 국외 시찰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미래학교는 교실 수업을 학생 참여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사업으로 내년 창덕영중의 1학년 3학급 1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러닝 기반의 시범 운영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2016년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미래학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융합사업인 비타민 사업의 하나로 교육부 협업 과제다.
문제는 시찰 일정이 오전만 스마트 러닝 기반 학교 탐방으로 잡혀 있고 오후 일정은 전체가 관광 성격의 문화탐방으로 계획돼 있다는 데 있다.
아무리 관련 앱 경진대회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포상성격이 있는 해외 시찰이더라도 예산이 1인당 300만원 넘는 비용을 들여 공식 일정을 절반 넘게 관광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상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특상 수상자는 1차 시찰에 포함된 6명이 전부다.
서울교육청은 시찰을 위한 호텔 기준은 현지등급 1등급 이상 또는 동급이상 호텔로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핀란드, 스웨덴의 일정은 첫날 문화탐방부터 시작해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마켓광장, 우스펜스키사원 등 관광 일정으로 잡혀 있다.
둘째날은 오전 헬싱키 학교 1곳을 방문하고 점심 후에는 건축가의 집, 수오멘리나 요새 탐방 등 관광 일정이다.
이런 식으로 오전에 학교 1곳을 방문하는 것이 고작이고 나머지는 절반이 넘게 세르겔광장, 대성당, 왕궁외관, 감라스탄거리, 구시가지, 밀레의 정원 탐방 등 관광 일정으로 잡혀 있다.
호주 시찰 일정 역시 시드니 도착 첫날부터 달링하버, 시드니 아쿠아리움 등 관광 일정으로 시작해 모두 오전에 학교 1곳을 방문하고 나머지는 달링하버, 시드니 아쿠아리음, 본다이비치, 더들리페이지, 갭팍,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릿지, 메세스맥콰리 포인트, 세자매봉, 에코포인트 방문 등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사업시찰을 위한 예산은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으로 지급된 자금을 사용하게 돼 있다.
두 번의 시찰단에는 서울교육청의 담당인 이근표 교육정책국장, 길산석 중등교육과장도 각각 단장으로 동행하게 돼 있다.
이근표 국장은 자사고 지정취소, 9시 등교 등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교육청의 핵심 간부다.
결국 이번 시찰 사업이 1억6500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들여 담당 서울교육청 담당 공무원과 교사들의 해외여행을 지원하는 셈이 된다.
교육청은 어려운 재정 상황으로 각종 복지 사업을 운영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 집행을 놓고 편성 논란을 벌이기도 해 이런 예산 낭비부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사가 지덕체를 갖춰야 해 외국 문물을 경험해야 할 필요가 있어 문화탐방 일정을 넣은 것으로 프로그램이 합당하고 경제 논리로만 따질 일이 아니다”라며 “대규모 시찰단이 가면서 지도 감독할 사람이 따라가야 해 서울미래학교를 이끌 담당자가 같이 가는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도 예산 집행 관리를 꼼꼼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교부금으로 해당 예산을 지급한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해외 연수 프로그램은 시도교육청이 프로그램 일정을 마련하는 것으로 관여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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