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올해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실시한 희망퇴직이 대부분 사실상 정리해고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 생보사 구조조정의 특징은 희망퇴직 대상자를 미리 선정하는 이른바 '찍퇴' 방식이라는 것이다.
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2014년 국내 생보사들은 대부분 흑자를 시현하고도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신한생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는 사전에 희망퇴직 대상자를 선정하고 수차례 면담을 통해 그들에게 퇴직할 것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권고사직 대상자를 선정해 퇴직을 종용한 것으로, 사실상 정리해고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의 경우는 자발적인 희망퇴직이 노동조합의 반대로 쉽지 않게 되자,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압박한 사례도 있다.
ING생명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6개월 만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6월부터 임원을 절반 정리했고, 이후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해 업무가 중복되는 부서를 통폐합했다.
이 결과, 사측은 유휴인력으로 분류된 직원 270명(30%)을 희망퇴직 시키겠다고 노조에 제시하고 구조조정을 시작했다가 노조의 극심한 반발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김기준 의원은 "대부분 생보사들이 구조조정 시 희망퇴직 대상자를 미리 선정해 '찍퇴' 논란을 야기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근로기준법에는 정리해고 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찍퇴는 이러한 절차조차도 완전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경영상황을 단순하게 당기순이익, 부실자산비율, 위험가중자산비율, 해약환급금 증가 등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이보다는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자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이 시장혼란을 이유로 '경영실태평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보사들이 단순한 계량지표에 의해 경영위기를 과장해서 희망퇴직을 빙자한 사실상의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다는 게 김 의원 측 지적이다.
김기준 의원은 "과거 흥국생명의 경우에도 단순한 지표에 의해 경영위기를 과장하고 미래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강행한 적이 있다"며 "흥국생명은 당시 매년 당기순이익이 나는 흑자경영 상황에도 미래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2004년 12월에 217명을 강제 퇴직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21명을 정리해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단순한 경영지표로 단행하는 생보사의 구조조정이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알 권리 보호 차원에서라도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자료의 공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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