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마저 집어삼킨 ‘정윤회 문건’, 與野 명운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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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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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청와대 비선조직의 국정농단,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의 파장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이슈 블랙홀인 개헌 이슈마저 집어삼킨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안에 청와대 ‘그림자 비선’의 권력다툼은 물론 여야의 정치적 명운을 건 프레임 전쟁이 혼재되면서 이번 파장은 메가톤급 이슈로 급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정윤회씨를 비롯해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중국 후한 말 국정을 농단한 열 명의 내시)’ 실체 여부에 따라 여야 중 한 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한 셈이다.

특히 1987년 체제 이후 문민정부인 김영삼(YS) 정권부터 이명박(MB) 정권까지 단 한 차례도 끊이지 않았던 ‘정권 말기’ 현상인 대통령 친인척·측근발(發) 국정개입 의혹이 집권 2년차 때 불거진다면, 정권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횡이다. 

2012년 대선 후보 당시부터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의한 그림자 권력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이 이를 단칼에 끊어내지 못할 경우 집권 3년차 때 국정동력을 급속히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침묵 깬 정윤회 VS 물러서지 않는 조응천…숨은 박지만

정윤회 사태가 ‘여권 권력 분열상’의 총체라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까지의 정황을 종합하면, ‘정윤회 사태’는 정권 출범 전후 촉발한 정씨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알력 다툼의 연장선상이다.

정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고, 박 회장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모 경장(당시 행정관)을 통해 청와대 비선라인을 견제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를 “권력 정점에 있는 사람(문고리 권력 3인방)과 명분밖에 남지 않은 사람(조 전 비서관)과의 대결”로 표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세계일보가 지난달 28일 보도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월 2회 가량 만나 청와대 국정운영과 정부 동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이 불거졌다. 정윤회발 비선조직 의혹이 박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정씨와 대통령 동생인 박 회장 간 권력다툼이라는 분석과 궤를 같이하는 지점이다.

그림자 권력의 분열상을 드러낸 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2일자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비서관이 올 초까지 정씨와 연락을 취했다. (문건의 신빙성은) 6할 이상”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씨는 하루 전날 중앙일보를 통해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에서 확인해 일벌백계를 해야지 그냥 넘어갈 일이냐”라고 잘라 말했다. 둘 중 한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사태의 한축을 담당한 박 회장은 기자들의 전화도 받지 않는 상황인 터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 속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與 ‘문건 유출’ VS 野 ‘국정농단’ 프레임…요동치는 권력구도

여야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을 둘러싸고 정치적 명운을 건 프레임 전쟁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검찰이 유출된 문건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해 수사하는 만큼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 숨은 그림자 사태를 ‘문건의 불법 유출’로 좁혀 야권의 프레임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별검사제 및 국정조사 도입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人)의 장막’ 논란에 불을 지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향후 여야의 지지율 변화 추세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월 넷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주 대비 4.3% 포인트 상승한 24.2%를 기록했다. 이는 7·30 재·보선 직후인 8월 첫째 주 25.8% 이후 최고치다.

 

국회 본청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새누리당도 같은 기간 1.3% 포인트 오른 43.4%로 나타났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9.2% 포인트로 8월 첫째 주 이후 처음으로 10% 포인트대로 좁혀졌다.

새정치연합은 △수도권 및 호남 △40대 이하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 직군 △진보·중도 성향 유권자 층에서, 새누리당은 △대구·경북 △50대 이상 △농림어업 △보수 성향 유권자 층에서 각각 상승했다. 무당층은 25.9%였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같은 기간 0.1% 포인트 하락한 49.9%(‘매우 잘함’ 15.8%+‘잘하는 편’ 34.1%)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도 같은 기간 1.2% 포인트 내려간 41.4%(‘매우 잘못함’ 21.8%+‘잘못하는 편’ 19.6%)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격차는 8.5% 포인트, ‘모름·무응답’ 등 부동층은 8.7% 포인트였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수도권과 호남권 △60세 이상 △여성 △사무직과 무직 △진보성향의 새정치연합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하락했다. 제1야당의 지지율은 상승 국면을 탄 반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소폭 하락한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터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이 여권 내부 권력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의 강력 대응으로 비박(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자인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등이 치고 나갈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앞으로 김 위원장 등 김 대표와 경쟁자들의 행보를 눈여겨보라”고 전한 뒤 “혁신 아젠다를 통해 당을 흔들기보다는 청와대와 호흡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윤회 국정농단 문건’ 사태와 관련, “그간 박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였던 원칙과 신뢰를 갉아먹는 사건으로, 향후 지지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 권력구도와 관련해선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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