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사가 처한 경영상황이 다른 것이 요인이지만 삼성은 ‘개발통’, LG는 ‘영업통’만이 승진 문턱을 넘은 데는 두 최고경영자의 경영관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소 절제된 리더십이 현장보다는 기술 쪽에 가깝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그동안 누누이 현장을 강조해 왔다.
◆ 베일 벗은 이재용식 인사, 경영관 비춰
여기엔 삼성전자가 모바일 등 B2C(기업과 소비자거래) 제품 실적이 부진한 반면 반도체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 성과주의 인사 원칙에 의해 반영됐다.
한편으론 이번 인사가 이재용 체제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경영관을 엿볼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이 부회장은 그간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경영수업을 받느라 정식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경영관을 뚜렷하게 밝힌 적이 없다. 다만, ‘독한 경영’을 내세운 구 부회장과 비교하면 이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절제된 리더십을 보여준다. 일부 해외 경제지들은 신상정보가 부족한 이 부회장을 표현할 때 ‘low-key(이목을 끌지 않도록 절제하는)’라는 단어를 썼다.
부친인 이 회장이 기술혁신, 소프트웨어 등을 중시하는 경영자인 것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도 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은 전무 시절 반도체와 전자산업을 공부해 공학도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 배경에도 이 부회장의 기술 중심적 사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부회장은 현장도 중시한다. 보다 정확하게 “경영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 부친의 경영관을 지향한다. 이 부회장은 딱 한번 경영관에 대해 “(부친이)엔지니어나 금융전문가, 영업맨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과 도전정신을 갖고 있다”며 “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독한' 현장경영 기조 이어간 구본준
지난주 단행된 LG 인사에서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승진했다. 단 한 명뿐인 사장 승진자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은 유통기획실장, 전략유통팀장, 한국서비스담당 등을 맡아온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부사장 승진자 중에선 나영배 유럽지역대표, 이충학 경영지원부문장, 이혜웅 멕시코법인장 등 대외협력이나 해외현장업무를 수행하는 인물들이 눈에 띈다. 승진은 아니지만 휴대전화 사업 중책을 다시 맡게 된 조준호 사장도 북미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현장에서 활약한 경험을 갖고 있다.
LG전자 역시 B2C 사업의 영업실적이 개선된 것이 인사평가의 기준이 됐지만, 현장을 중시하는 구 부회장의 경영관도 배제 못한다.
구 부회장은 2010년 LG전자에 부임한 이후 “LG전자에 필요한 건 독한 DNA”라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특히 현장 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는 한편 “현장을 수시로 살펴보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경험해 제대로 판단‧실천하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해왔다.
이는 이 부회장에 비해 현장경영이 부각된다는 뜻이지, 구 부회장이 기술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구 부회장은 “원래 제조업을 하는 회사의 경쟁력은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에서 나오는 게 상식인데 LG전자는 기본이 무너져 있다”며 부임 후 연구개발 조직 인원을 대폭 늘려왔다.
한편, 이 부회장이 실적 부진으로 퇴진설이 불거진 신종균 사장을 유임시켜 기회를 줬다면, 구 부회장은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좀 더 맺고 끊음이 분명해 보인다. 부임 당시 첫 인사에서 발탁했던 인물 중 다수는 현재 2선으로 물러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