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노화랑(대표 노승진)이 '사과작가' 윤병락의 개인전을 2일부터 연다.
미술시장에서 이미 '사과 작가'라는 브랜드가 붙은 작가의 전시는 주로 사과철인 가을에 열려왔다. 하지만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선보인 이번 전시는 풍성한 사과철 보다 오히려 존재감이 생생하다.
"그의 작품은 그림으로서의 사과임이 분명하면서 동시에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고 전시서문을 쓴 오광수 미술평론가의 글처럼 "윤병락의 사과는 존재성을 담보하는 일루전을 거부하며서 동시에 또 하나 사과로서 현전을 꿈꾼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만나는 그의 사과는 더이상 사과가 아니면서 사과로서 감상자를 유혹한다. 캔버스를 벗어난 그림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그림인듯 아닌듯, 사과면서 사과같지 않은 시쳇말로 진짜와 가짜의 썸을 타고 있다.
나무상자에 담긴 듯한 눈속임도 압권. 그림은 합판과 한지 유화가 만나 동서양이 융합됐다.
소위 변형캔버스라고 부르는 제작된 화판을 사용한다. 사과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결정하고 윤곽선에 따라 합판을 자른다. 그리고 그 합판에 적어도 삽합지 이상의 두꺼운 한지를 배접한다. "이렇게 준비가 끝나면 이미 생각해놓은 구도에 따라 유화물감으로 두세 번을 칠하면서 그림을 완성해가죠."
'사과 그림'은 경북 영천 과수원집 아들이라는 배경도 한몫했다. '미술 천재'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구상작가가 대세'인 대구에서 실력을 입증해야했다. 대학 4학연 재학중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졸업한 이후 대구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붓맛을 자랑하며 국내 극사실주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부터 8년간 그려온 사과. 작가도 화랑도 물릴만도 하지만 사과의 상큼새콤달콤한 맛 때문일까. "빨갛고 푸른 사과들은 볼때마다, 볼수록 싱싱함을 선사해 컬렉터들이 질리지 않아한다"는게 화랑측의 전언이다.
노화랑 노승진 사장은 "작품 제작형식고 사과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결합은 현대인의 의식을 교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면서 "그리기라는 환상을 대중에게 시각화할수 있는 독자적인 특성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의 작품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 향기'제목을 단 3m, 2m 크기등 '사과 그림' 20점이 걸렸다. 전시는 17일까지.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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