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은 독재” 발언 男, 42년 만에 무죄…‘사망 이후 아들이 한 풀었네’

지난 1972년 "유신헌법은 독재다"라고 발언해, 유신헌법 개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남성에게 42년 만에 무죄가 인정됐다. 그는 이미 고인이 된 터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진=서울고법 홈페이지]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과거 "유신헌법은 독재다"라고 발언해, 유신헌법 개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남성에게 42년 만에 무죄가 인정됐다. 그는 이미 고인이 된 터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흥준 부장판사)는 1972년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던 故 박모 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42년 전 사건 기록에 따르면, 박씨는 1972년 10월 30일 밤 10시쯤 경북 영주군의 한 공원 앞에서 “헌법 개정안은 막걸리로 조지자. 헌법개정안은 독재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돼 다음 달 13일 경북지구 계엄 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같은 해 10월 17일 공포된 계엄포고령 제1호는 ‘유언비어의 날조 및 유포를 금한다’, ‘이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수색·구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당시 박씨는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한 행위”라며 항소했지만, 육군고등군법회의는 다음 해 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형을 확정했다.

박씨는 영장도 없이 구속돼 수사와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로 수십일 만에 풀려났다.

이후 9년 뒤 박씨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들이 올해 8월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이날 서울고법 재판부는 “당시 수사관들이 영장 없이 불법체포해 감금죄를 범했다”며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에게 적용된 유언비어 날조·유포의 범죄사실은 당시 개헌이 추진되던 유신헌법에 대해 피고인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다소 격한 언사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라며 “이런 견해의 표명을 군사적으로 제압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의 유신헌법 독재 발언 42년 만에 무죄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유신헌법 독재 발언 42년 만에 무죄, 아들이 아버지 원한 풀었네”  “유신헌법 독재 발언 42년 만에 무죄, 진짜 억울했겠네”  “유신헌법 독재 발언 42년 만에 무죄, 군사재판 역시 무섭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