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정윤회 문건' 파문에도 '마이웨이' 행보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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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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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주 통준위 회의·시도지사간담회 등 분주한 일정 소화…4일 일정 비운 채 '정윤회 문건' 파문 타개책 고심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이른바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가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드라이브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박 대통령, 4일 일정 비운 채 '정윤회 문건' 파문 타개책 고심 =

박 대통령은 이번 주 월요일인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을 ‘루머’로 선을 긋고, 문건유출사태를 ‘국기문란행위’로까지 규정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다음 날인 2일에는 통일준비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주재했고, 3일에는 광주로 내려가 2014대한민국지역박람회에 참석, 시·도지사들과 오찬간담회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4일 일정을 모두 비운 채 다음 주 예정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10개국 정상과 시간 단위로 회담을 하는 만큼 최근 행사를 줄여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박 대통령이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 씨와 '문고리 권력'으로 지칭되는 핵심비서 3인방, 자신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이 권력암투설의 한 축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해 대처 방안을 고심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에 대해선 ‘찌라시’라는 입장을 줄곧 유지하면서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갖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확실한 답변은 피하면서 말을 최대한 아끼는 분위기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문건이 찌라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바꾼 적은 없다”고 재확인하면서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청와대 비서관 등을 통해 국정에 개입해 왔다는 취지의 내부 보고서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묵살했다'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올 8월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집무실로 불러 문체부 국·과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는 등의 언론보도를 묻는 질문에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만 답했다.

 

[사진=인터넷사진]



◇ 문건유출사건으로 검찰수사 속전속결?=

이 밖에도 민 대변인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박관천 경정이 올해 초 경찰로 복귀하기에 앞서 자신이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출력해 갔다는 등의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가 있었지만 그 결과는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찰 수사에 맡기겠다"며 "관련된 결과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있으면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자체 조사 시점에 대한 질문엔 "관련 보도가 나왔을 때 한 걸로 봐야 할 것"이라면서 "(이후에도) 혹시 잘못된 게 있는지 수시로 살펴봤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박 경정이 검찰에 소환된 것에 대해선 "내가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미 내부 PC 접속, 출력, 복사기록 등을 분석해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이 PC에서 다수의 문건을 출력한 사실을 확인했고, 유출자로 사실상 박 경정을 지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놓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미 이번 사건을 ‘문건유출사태’로 못 박은 만큼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는 비선실세 간 권력암투가 아니라 정씨의 국정 개입을 의심한 조응천 전 비서관과 전 청와대 행정관인 박관천 경정의 과욕에서 발생한 사달로 결론 내릴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집권 3년차를 맞는 박 대통령으로선 공무원연금개혁, 규제 기요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핵심 국정과제들이 ‘정윤회 문건’에 휩쓸려 표류할 위기에 처한 만큼 이번 사건을 연내 속전속결로 처리해 국정 안정을 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진=인터넷사진]



◇ 김기춘 비서실장, 문고리3인방 거취는?=

정치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아온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퇴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청와대 내부 시각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핵심 비서 3인방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섰고, 김 실장의 경우 지난 1월 초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해당 문건 내용을 보고받았고, 문건유출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대처하겠다는 입장이고, 김 실장과 핵심비서 3인방에 대해서도 여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이 자리에 계신 비서실장님과 수석 여러분도 그동안 청와대에는 퇴근 시간도 없고 휴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밤낮 없이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해 헌신해왔다"며 "저는 그런 여러분을 신뢰하고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앞둔 시점에서의 파문을 계기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일신해 국면 전환에 나섬으로써 국정쇄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지적하고 있어 박 대통령이 연말연초 인적 쇄신을 정국 돌파 카드로 사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당장 상설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비선실세 국정 개입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며 정지쟁점화에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 의혹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비선은 없다'고 증언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이 거짓이라는 게 증거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보고와 대응시스템도 고장난 것 같다. 대통령과 청와대야말로 정상의 비정상화로 달리는 거 아닌지 보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부터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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