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현대·기아차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준대형차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의 에쿠스는 물론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아슬란과 K9까지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그나마 지난 해 말 출시한 제네시스의 분발이 눈에 띄지만 준대형 차급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7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대표 대형 차종인 에쿠스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8051대가 팔렸다. 이는 지난해 1만1974대보다 32.8% 감소한 수치다. 특히 에쿠스는 올해 1000대 이상을 판매한 적이 없다.
준대형 차급 스테디셀러 차량인 그랜저 역시 미미하긴 하지만 11월까지 총 8만645대가 팔려 지난해 8만807대보다 0.2% 줄었다.
기대 속에 출시된 아슬란은 아쉬울 따름이다. 11월까지 판매된 대수는 1559대에 불과하다. 사전 계약분을 포함하더라도 아직 4000여대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아슬란은 현대차그룹 전체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의 M포인트다. 현대카드는 현대차 아슬란 개인구매 회원만을 대상으로 M포인트 추가 적립에 나서며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의 경우, 올해 임원 인사 이후 대거 아슬란 구매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현대차 준대형차급에서 선전한 것은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올 11월까지 총 3만3754대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인 1만1039대와 비교해 205.7% 증가한 셈이다. 물론 지난해는 구형 제네시스가 판매된 것이고 올해는 신형 제네시스가 판매된 것이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현대차에서 제네시스마저 판매가 원활치 않았다면 현대차 준대형 라인업 판매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기아차의 상황은 더욱 좋지않다. K7은 물론 플래그십 모델인 K9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9은 11월까지 총 3984대를 판매했다. 이는 현대차 에쿠스 판매량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K9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583대, 613대가 판매되며 부활의 조짐을 잠깐이나마 보이는 듯 했지만 6월 이후로는 400대 판매에도 못 미쳤다.
K9은 처음 출시 당시부터 논란이 지속된 후로 계속 아픔을 겪어 온 차량이다. 최근에는 세련미를 더한 디자인에 'V8(8기통) 타우 5.0 GDI' 엔진과 다양한 신기술을 탑재한 '퀀텀' 모델을 내세웠으나 어느 정도의 선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K7 역시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K7은 올 11월까지 총 1만9192대를 판매했다. 전년 같은 기간(2만2940대)과 비교하면 16.3%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비단 K7 문제만은 아니다. K3·K5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도 이에 대비해 내년에 출시할 신차 라인업에 K5와 K7의 풀체인지 모델을 투입해 떠나간 고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12월이 현대·기아차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쿠스와 K9은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지만 판매가 저조하다는 것은 그 회사의 역량을 떠나 자존심 문제"라며 "연말 임원인사 시즌을 맞아 수요가 몰리는 법인 시장에서 준대형차 판매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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