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대기업이 운영하는 도급점포 근로자도 본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통업체 도급 근로자와 원청업체 사이에 파견근로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고 직접 고용 의무를 부과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권모 씨 등 3명이 이마트 SSM 사업을 담당하는 주식회사 에브리데이리테일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에브리데이리테일이 권씨 등에게 직접 고용의사를 표시하고 체불임금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도급으로 운영된 이마트 슈퍼에서 2010년부터 점장으로 일한 권씨 등은 이마트 슈퍼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에브리데이리테일은 지난해 3월 도급점을 직영점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권씨 등에게 고용승계가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들이 속했던 하청업체도 곧장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권씨 등은 자신들이 실제 노동력을 제공한 곳은 에브리데이리테일이었으니 원청이 직접고용에 나서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들은 하청업체에 고용된 뒤 도급점포라고 부르는 영업점에 파견돼 에브리데이리테일로부터 직접 지휘나 명령을 받는 근로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도급은 하청업체 사업주가 파견은 원청업체에서 지휘권을 행사하는데, 권씨 등은 에브리데이리테일로부터 직접 근태관리와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실제 유통업계에서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2년 뒤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외형상 도급의 형태를 취하는 위장도급이 만연한 상태다.
재판부는 "현행 파견근로법에 따라 권씨 등은 하청업체에 입사한 지 2년이 지났으므로 원청이 이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한다"며 "에브리데이리테일이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그동안 권씨 등이 받지 못했던 임금의 손해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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