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대만 타이베이 랜드마크로 불리는 ‘타이베이101 빌딩’의 주인이 바뀐다. 새 주인은 말레이시아 4대 재벌 중 하나인 IOI 그룹이다.
타이베이101 빌딩의 주인이었던 대만계 딩신(頂新)그룹이 지난 2006년 매입한 타이베이 101 지분 37.7%를 250억 대만달러(약 9500억원)에 말레이시아 재벌인 IOI 기업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중국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 등 현지 언론이 8일 보도했다.
이는 앞서 2009년 딩신그룹이 타이베이101 빌딩을 매입한 가격인 80억 대만달러보다 3배가 넘는 가격이다.
딩신그룹 자셴더(賈先德) 대변인은 6일 “그룹이 현재 자금난에 직면해 은행 대출액만 400억 대만달러가 넘는다”며 “어쩔 수 없이 토지 등 일부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으며 여기에 타이베이 101빌딩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자 대변인은 “101빌딩 매각 자금은 앞서 공개 약속한 30억 규모 대만달러 식품안전기금 조성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국민라면'인 ‘캉스푸(康師傅)’ 브랜드로 유명한 대만 최대 식품기업인 딩신그룹은 최근 불량 식용유 파동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딩신그룹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전 국민의 ‘공공의 적’으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과연 딩신그룹이 대만의 얼굴인 타이베이 101 빌딩의 대주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현재 딩신그룹은 44.35%의 지분을 보유한 정부 다음의 2대 주주로 사실상 타이베이 101 빌딩의 운영주다. 이번 타이베이 101 빌딩 매각도 대만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타이베이 101 빌딩의 새 주인은 말레이시아 4대 재벌 중 하나인 IOI 그룹이다. 화교출신 리선징(李深靜) 회장이 설립한 화교 자본의 기업이다. 특히 IOI 기업은 지난 2009년 타이베이 101 빌딩 인수전에서 딩신그룹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였던 기업으로 5년을 기다린 끝에 타이베이 101 빌딩의 주인이 되는 기회를 잡았다. IOI가 타이베이 101 빌딩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바로 기업명인 IOI가 타이베이 101 빌딩과 흡사해 향후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타이베이 101 빌딩이 대만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인만큼 최종 인수까지는 대만 당국의 심사허가 절차가 남아있다. 현재 대만 경제당국은 외국인 투자조례에 따라 국가안보나 공공질서에 위협되는 투자를 엄격히 금지하고있다. 이에 대해 한 대만 경제부처 관료는 “(대만 타이베이 101 빌딩) 매입자는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중국 대륙자본의 투자가 섞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만의 자존심인 타이베이 101 빌딩을 중국 대륙 자본이 집어삼키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2003년 완공된 타이베이 101은 총 높이 508m로 당시 580억 대만달러를 투자해 건설했다. 대만 건축가 리쭈위엔(李祖原)이 설계하고 우리나라의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시공을 맡았다. 오픈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이었다. 이후 두바이에 부르즈할리파, 우디아라비아의 알베이트 타워등 전 세계적으로 500m 이상의 초고층 마천루가 잇달아 건설되며 순위에서 밀려났지만 세계적인 위상은 여전하다. 특히 2003년 완공 당시 타이베이 시장이었던 현 대만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직접 참석해 지붕의 마지막 황금나사를 조이는 등 빌딩 완공을 축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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