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의 8대 주력 수출산업중 6개 업종이 세계시장에서 중국에 밀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은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산업은 과거 중국보다 앞서 있었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역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스마트폰과 자동차까지 중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미래 먹을거리 산업’ 발굴이 매우 시급한 상태다.
스마트폰은 2014년 2분기 판매량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중국에 1.2%p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기업 9곳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와 우리나라 삼성·LG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를 비교한 결과, 중국은 31.3%, 우리나라는 30.1%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고가 제품군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인기가 여전하고, 중저가 제품군에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겸비한 중국 업체들의 다양한 제품들이 자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산업은 중국 기업이 생산한 차들만 따로 집계한 결과 이미 지난 2009년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2003년도에 한국(337만대, 5.4%)은 46만대 차이로 중국(291만대, 4.7%)보다 우위에 있었으나, 2009년에 243만대 가량 격차를 보이며 역전됐다. 이후 2013년도 우리나라의 생산량은 863만대(9.8%), 중국은 1097만대(12.5%)를 생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해외 생산을 통해 세계 점유율을 9%까지 확대했으나 정체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해외메이커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에틸렌 생산능력을 국가별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은 2003년 한국 585만t(5.34%), 중국 578만t(5.27%)으로 한국 약간 우세를 보였으나, 2004년 중국이 역전한 이후 2013년에는 한국 835만t(5.4%), 중국 1876만t(12.2%)으로 1041만t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의 10년 간 연평균 증가율은 우리나라 3.6%, 중국 12.5%를 기록했다.
유화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4위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10차~12차 경제 5개년 계획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한 결과 우리나라를 추월하고 세계시장 2위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선·해양산업에서도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수요 진작과 금융지원으로 조선·해양시장 3대 지표인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 전 부문에서 모두 세계 1위(2013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성장에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드릴십 등 아직은 중국에 앞서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민·관의 아낌없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대중 기술격차를 벌려 놓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은 10년 전이나 지금(2013년)이나 여전히 중국에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앞으로 중국의 위협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 반도체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정부가 자체 투자여력이 미흡한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1200억위안(약 20조 7540억원) 달하는 국부펀드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웨어러블·사물인터넷·자동차 등의 차세대 분야에서 늘어날 반도체 수요물량에 적시 대응하여 세계시장 선도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디스플레이산업도 마찬가지다. 양국의 최근 5년 간(2008~2013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6%에 그쳤으나, 중국은 29.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최근 중국 정부가 BOE, CSOT 등 자국 액정화면(LCD) 패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으로 LCD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6세대 이하 LCD 유리기판 관세율을 4%에서 6%로 인상하는 등 자국 LCD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과 정유산업의 경우, 조강 생산량과 석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분석할 때 2003년에 이미 중국이 더 큰 산업이었다. 문제는 지난 10년 간 그 격차가 훨씬 많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10년 사이에 세계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2003년도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2.9%였지만 2013년에는 이에 2배가 넘는 48.5%의 점유율을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세계시장 점유율이 4.8%에서 4.1%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산 철강재는 우리나라 내수시장에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철강재의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제도적 미비로 인해 철강재 부문 대중 무역수지는 2003년 약 27억달러 흑자에서 2006년 적자전환 이후 2013년 약 34억달러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유산업 또한 중국의 양적 성장이 눈부시다. 석유 정제능력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국은 2003년 6.6%에서 2013년에는 약 2배 늘어난 13.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2.8%에서 10년 후에는 0.2%p 늘어난 3.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근래 중국 제조업은 추격형 전략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갖춘 ‘제조업 2.0’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주력산업을 다시 구출할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먼저 “기업은 중국과 격차를 벌릴 핵심기술력 확보와 기존 사업영역 이외 새로운 사업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올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평균 나이는 55세로 2019년이면 환갑”이라며, “사람의 평균수명과 달리, 제품과 기술의 수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주력산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엔터테인먼트·헬스케어 등 새로운 국가대표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면 민·관이 함께 ‘새산업 운동’을 추진하여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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