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폭행 누명 쓴 전 서울대 교수에 위자료 배상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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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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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당경찰이 중요 증거 누락으로 공정수사 신뢰 침해"

[법원]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성폭행 누명을 쓴 전직 서울대 교수가 경찰의 태만으로 무죄 입증이 지연된 상황을 두고 국가에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박이규 부장판사)는 박모 씨가 국가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박씨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전 서울대 교수 박씨는 함께 술을 마셨던 여자친구의 후배 A씨가 성폭행을 당했다며 그를 고소해 2009년 4월 서초경찰서에서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A씨는 술에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에서 박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씨는 당시 A씨가 여러 차례 전화통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냈던 점으로 미뤄볼 때 그다지 취하지는 않았고, 성폭행한 사실도 없다며 A씨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확보해 달라고 수사기관에 요청했다.

A씨의 통신기록이 박씨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였던 셈이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검찰의 수사지휘에도 불구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통신기록 확인에 들어갔다. 또 2개 통신사로부터 자료를 제공받고도 1개 자료만 수사기록에 첨부했다.

박씨는 수사시작 당일 국제회의 참석차 출국했다가 경찰의 편파 수사로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귀국을 미뤘고, 서울대는 학기 중에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그해 9월 박씨를 해임했다.

이후 박씨는 준강간치상죄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6월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박씨는 그간 소송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와 경찰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담당경찰이 고의로 검사 지시에 불응하는 등 편파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통신기록 누락에 따른 책임은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통신기록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춰볼 때 담당 경찰로서는 이를 수사기록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를 누락한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는 형사사건 피의자로서 공정한 수사를 받는 신뢰가 침해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박씨가 해임된 것은 학기 중 수업에 복귀하라는 명령에 불응했기 때문으로 통신기록 누락과는 관련이 없고, 통신기록이 제때 제출됐더라도 재판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비용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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